경제·금융

장개석의 며느리/정경부 최창환(기자의 눈)

국가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지도자가 측근부터 단죄한 사건으로 흔히 멀리는 「움참마속」과 「장총통의 며느리」를 예로 들곤 한다.움참마속은 잘 알려져 있지만 「장총통의 며느리사건」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대만 건국초기 대만을 뒤흔든 밀수사건이 발생하자 장개석총통이 수사당국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수사결과 총통의 며느리가 연관된 사실이 드러났다. 장총통은 며느리에게 아무 말 없이 권총을 건내줬다. 며느리는 권총으로 생을 마감했다. 국민당의 부패로 모택동에 대륙을 빼앗긴 장총통은 부정부패의 척결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았다. 이같은 원칙을 지키기 위해 가족조차 희생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이후 돈을 한푼도 받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장총통과 같은 국정목표를 내세운 것이다. 국민들은 김대통령의 이같은 약속이 변함없음을 믿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자신의 결백과 대통령 주변인물들의 결백을 같이 보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않아 보인다. 또 수많은 비리사건때마다 꼬리를 자르고 도망간 도마뱀 사례를 너무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사정기관의 수사의지에도 미더워하지 않는다. 특히 한보사건과 관련해서는 막강한 실세가 배후에 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사건에 관련된 은행이나 관가, 은행감독원 관계자들조차 『뭔가 없었으면 이같은 대출이 가능했겠느냐』며 누군가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김대통령은 문민정부에 들어서도 계속된 비리를 보고 탄식했다. 본인의 의지에 반하여 주변인물들이 비리를 저지르는 행위를 여러차례 안타까워 했다. 관행처럼 지속돼온 비리가 자신만의 노력으로는 한번에 척결되지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김대통령은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 한보사건을 전형적인 부정부패의 표본이라고 규정하고 이번 일을 부정부패의 뿌리를 뽑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한다. 김대통령에게 한보사건은 비리척결을 위한 다시없는 기회다. 울면서 애제자인 마속의 목을 밴 제갈공명과 통곡하며 며느리를 희생한 장총통같이 역사에 길이 남을 결단을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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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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