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수필] 비판에 귀를 열고

金容元(도서출판 삶과꿈 대표)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하면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일본의 저명한 경제 평론가이다. 미국 매켄지 컨설팅 회사의 일본지사장, 본사 이사로 있으면서 LG그룹을 비롯한 몇몇 재벌의 경영진단과 새 경영전략수립에 참여했던 한국통(韓國通) 컨설턴트이기도 하다. 이 오마에 겐이치씨가 IMF사태로 우리가 한창 고생할 때 「바뀌는 세계, 바뀌어라 일본」이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그 속에서 한국의 경제현실을 다음과 같이 통렬히 비판했다. “한국경제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일본과 똑같은 제품을 일본보다 싸게 만드는 점이다. 모피(毛皮)나 소주와 같은 특산품은 있지만, 국가경제를 받치는 산업은 거의 일본 물건을 흉내내는 제품을 내고 있었다. 80년대의 엔고(円高)시대에 한국제품이 싸기 때문에 수출이 신장됐다. 이것이 엔저(円低.円安)로 바뀌자, 한국은 일본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쫓아오지 못했다. 말하자면, 엔과 원의 환률트릭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들의 실력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한 것에 한국의 비극이 있었다.” “경제위기에서 한국이 다시 일어서려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신제품 개발과 같은 기술혁신, 즉 이노베이션이다. 한국기업은 지금도 일본제품과 다르지 않은 제품을 싸게 만들어 왔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실은 이노베이션이 전혀 없다. 최신의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해서 그것을 싸게 조립, 수출한다. 특히 부품산업이 뒤떨어져 있어서 일본의 부품을 수입해야만 하고, 미국으로 파는 수출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대일(對日)무역적자가 늘어나는 구조결함이 지금까지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한국에 갈 때마다 한국을 떠받치는 주력제품 가운데 일본에서 생산하지 않는 것을 보여 달라고 말해 보지만, 모두 고개를 떨굴 뿐이다. 한국의 독자적인 이노베이션으로 만드는 한국상품을 찾아볼 수 없다. 이노베이션을 하지 않으면 한국기업은 일본의 테두리(굴레)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한국경제로부터 재벌기업을 빼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 재벌을 해체할 각오라면 재벌을 대체하는 무엇인가를 보여 주어야 한다. 나의 눈으로 봐서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정책이 청와대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러한 비판적 시각과는 대조적으로 요즘 우리 주변은 계속 쏟아지는 낙관적인 경제지표들로 좀 들뜬 분위기다. 경기회복·경제성장률·IMF를 곧 졸업할 것 같은 성급한 예측과 함께 재(財)테크 열풍에 휩싸여 있다. 이 시점에서 오마에 겐이치씨에게 다시 우리현실을 진단시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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