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인문학의 부흥

얼마 전 고려대학교 문과대 교수 전원의 명의로 ‘인문학 선언문’이 발표됐다. 그 내용은 ‘급속한 산업화와 과학기술의 발전’ 그리고 그에 따른 ‘무차별적 시장논리와 효율성에 대한 맹신’으로 인해 ‘인문학의 존립근거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발표는 적지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인문학 발전을 위한 대책을 촉구하는 전국 인문대학장단의 성명이 뒤따랐고, 지난달 말에는 일주일간 인문주간이 선포돼 각종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러한 ‘인문학의 위기’ 진단에 대해 의외로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인문학자들의 생계문제를 인문학의 본질적 문제로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 시장경제 사상을 폄훼하는 듯한 시각에 대한 비판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이 홀대받고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인문대 졸업생들의 취업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고, 이에 따라 인문대 학생들의 전과 및 자퇴가 늘고 있으며 일부 대학에서는 학과를 폐쇄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는 형편이다.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사전적으로는 ‘인간과 인간의 문화에 관심을 갖는 학문 분야’라고 정의돼 있다. 미국식 분류에 따르면 소위 ‘문사철(文史哲)’이라 불리는 문학ㆍ역사학ㆍ철학에 예술일반이 포함된 학문 영역이다. 이어령 교수는 ‘모든 학문과 사회ㆍ기술ㆍ경제ㆍ정치 분야의 수원지(水源地)’라는 표현으로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인문학이 약화된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관심이 줄어든다는 것이고 각 분야의 학문적 기초가 메마르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저명한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는 특정한 분야에 논리적ㆍ계량적 능력을 가진 사람들보다 다양한 사고를 바탕으로 창의성과 감수성이 발달한 인재가 더 우대받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소위 좌뇌 위주의 인재개발이 산업화 시대의 산물이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우뇌의 중요성이 강조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주장보다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 미래사회의 필수적 재능이라고도 역설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갈수록 많은 의과대학에서 인문학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고 한다. 진정한 의술은 환자의 신체구조뿐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자각에 따른 것이다. 최인호의 소설 ‘상도’에서 거상 임상옥은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그동안 인간의 본질에 접근하고자 하는 노력을 얼마나 소홀히 해왔는지 한번 반성해볼 일이다. 인문학의 부흥은 이러한 노력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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