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미 FTㅁ 이것이 급소] <12> 美 '기술선택의 원칙' 요구

"DMB·와이브로 세계진출 차질"<br>IT분야 한국에 주도권 뺏긴 日도 美 동조<br>압박강도 따라 정부 IT정책 수정 가능성커

미국이 요구하는 ‘기술선택의 원칙’이 수용될 경우 지상파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휴대인터넷(와이브로) 등 국가 차원에서 기술채택을 주도해온 정보기술(IT)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인 IT 강국으로 부상하는 계기를 마련했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 상용화가 보여주듯 국내 IT 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지속한 데는 정부가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따라서 미국의 압박 강도에 따라 정부의 IT 정책 패러다임도 크게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와이브로 등의 세계 진출에 차질 우려=‘기술선택의 원칙’이 적용되면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돼 해외시장을 공략 중인 지상파 DMB와 와이브로가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지상파 DMB는 유럽방식의 디지털오디오방송 기술인 ‘DAB’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개발돼 세계표준 가운데 하나로 채택됐다. 현재 유럽과 중국, 중남미 국가에서 잇달아 국내 지상파 DMB 기술을 수입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와이브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삼성전자 등이 공동으로 세계 최초로 개발한 휴대인터넷 기술로 지상파 DMB와 마찬가지로 세계 표준으로 채택됐다. 텔레콤이탈리아(TI)가 내년부터 와이브로 상용서비스에 들어가는 등 해외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타결이 단기간에 종료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일단 시간여유는 있지만 미국이 국가주도의 기술채택에 대해 제동을 건다면 지상파 DMB나 와이브로는 물론 다른 국가적 차원의 프로젝트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협상용인가, 압박용인가=미국의 요구가 FTA 협상과정에서 다른 협상의제와 맞바꾸기 위한 단순한 협상용 카드인지 아니면 한국의 IT 산업을 옥죄기 위한 압박용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2005 APEC 정상회의에서도 미국이 이 원칙을 정상회의 공식의제로 채택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던 것을 고려할 때 단순한 협상용 카드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IT 분야에서 한국에 주도권을 뺏겼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온 일본이 미국의 논리에 강력한 동조자로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IT 산업의 패권을 잡기 위한 디지털 전쟁이 한미 FTA 협상으로까지 확산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원천기술을 많이 갖고 있는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의 공세가 잘 먹힐 수 있는 분야라는 점을 노린 새로운 ‘통상이슈’인 셈이다. ◇전략적 협상으로 대응해야=협상의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 ‘기술선택의 원칙’이 한국만을 타깃으로 삼은 것은 아닌데다 공식의제로 채택돼도 ▦적용범위 및 방법 ▦예외규정 등 구체적인 내용은 협상과정에서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3세대 이동통신 표준을 자체 표준으로 추진하는 것도 미국과 일본의 논리가 국제사회에 그대로 통용될 수 없도록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결국 전반적인 상황이 우리에게 꼭 불리한 것은 아닌 셈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거대자본을 가진 다국적 기업들이 기술개발을 주도하지만 우리의 경우 이를 시장에만 맡긴다면 IT 산업 발달에 문제가 생긴다”며 “현명한 협상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은 논의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미국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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