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한번 깎아주면 다시 올리기 어렵다던 정부가 또 다시 감세카드를 꺼내 들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14일 하반기경제운영계획을 통해 임시투자세액공제확대, R&D투자에 대한 최저한세율 적용 배제, 실적배당형 금융상품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제공 등 추가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 방안을 내놓았다. 심지어 다국적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등 외국인 임직원에 대해서는 내국인 역차별 시비를 무릅쓰고 근로소득세까지 깎아주겠다는 무리수까지 동원했다.
경기가 어렵기 때문에 기업ㆍ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해 불황의 탈출구를 삼겠다는 정책이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정책 수단이 문제다. 더욱이 재경부는 최근까지 잇단 감세 요구에 줄곧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재경부는 정치권과 일부 부처의 감세요구에 대해 `경기부양효과는 적고 세수감소로 재정을 악화시킨다`며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 그런 재경부가 추경원안 4조2,000억원+알파를 집착한 나머지 한나라당의 감세요구를 절충과 타협이라는 명분으로 수용한 바 있다. 나라살림이 정치적 흥정거리로 전락한 형국이다.
추경ㆍ감세법안의 흥정 결과와 14일 발표된 추가 감세안을 살펴 보면 재경부가 정치권의 감세법안을 그간 반대한 속내가 다른 데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마저 갖게 만든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할 하반기경제운용계획의 알맹이가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에 있기에 야당이 낸 감세안까지 수용하면 재정이 더 어려워 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지 않느냐는 시각이다.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데 이를 마다할 기업과 국민은 없다. 조세 감면조치는 굳이 균형재정을 들먹이지 않아도 한번 발동하면 각계의 연장 요구를 뿌리치기 어렵다. 벌써부터 올해 만료되는 79개 감면조항에 대해 정치권과 각 부처들이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물론 감면조항을 신설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재경부는 불가론을 뒤집고 스스로 감세카드를 꺼내 든 것에 대해 성장률 끌어올리기에 너무 조급한 것은 아닌지, 또 쉽고 간편한 단기 처방의 유혹에 빠져 있지는 않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
단기 경기 부양책을 동원하는 것보다는 경제질서와 정책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한국개발원(KDI)의 충고가 가슴을 때리는 것도 이런 의문때문이다.
<(경제부) 권구찬기자 chan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