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 관련 산업은 현재 기로에 서 있다. 지난해 국내 최대 업체였던 메디슨의 부도와 법정관리로 산업을 주도할 핵심 주체가 사라진 데다 외국 기업들의 공세가 날로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의료산업의 수준은 최근 10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해 의료분야의 하이테크 제품인 초음파와 MRI 진단기 등을 독자적으로 생산할 정도로 까지 발전했다. 그러나 수요처인 병원ㆍ의료계의 국산장비에 대한 불신과 복잡한 마케팅 구조 등으로 시장이 제대로 성숙하지 못하면서 이 같은 기술력은 뒷전에 밀리고 있다.
최근 의료영상전송시스템(PACS) 업계가 국내의 과당ㆍ출혈경쟁에다 수요처인 병원 등의 저가 납품 요구로 사양화의 길을 걷는 것과 같이 대부분 의료관련산업은 현재 살아나느냐, 죽느냐는 기로에 처해 있다.
◇의료기 산업 가능성 크다= 의료기와 의료정보화관련 산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할 경우 정보통신(IT)분야 못지않은 고부가치 산업으로서 국가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간 30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시장과 연간 3조에 육박하는 국내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실버산업의 발달로 전통적인 치료용ㆍ병원용 기기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헬스케어 영역으로 그 분야가 점차 확산되고있는 추세다.
성장이 큰 시장은 존재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또 의료기기는 소량, 다품종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IT강국의 배경이 된 유연한 우리 산업풍토에 적합하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특히 13일부터 나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 태평양ㆍ인도양관, 대서양관 및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는 제 19회 국제 의료기기 및 의료정보 전시회(KIMES 2003)은 우리 의료관련 산업의 발전 현황과 국제 의료기 업체들의 수준을 한 자리에서 비교해 볼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KIMES 2003은 국내 제조업체 303개사를 비롯해 미국 108개사, 독일 79개사, 일본 78개사 등 총 31개국에서 748개사가 참가해 첨단 의료기기, 병원설비, 의료정보, 관련용품 등 500여종의 1만2,000여점이 전시된다.
◇틈새시장 공략하면 살길 있다= 의료기기 산업은 다품종 소량생산의 전형적인 기술집약산업. 세계각국의 의료기기업체가 생산해 내는 의료관련제품은 총 6,000종에다 품목만도 75만여종에 이르고 있다.
시장규모는 90년 이후 연평균 6.5%씩 성장하고 있는 상태. 95년 세계 의료기 시장규모는 197억달러였으나 99년에는 250억달러에 이르렀으며 이미 300억달러 이상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이렇게 거대한 시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센서, 계측제어, 시스템통합 등 첨단 하이테크 기술들이 집약적으로 사용됨에 따라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몇몇 다국적 기업들이 세계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또 이중에서도 미국이 전세계 생산의 40% 점유해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으며 일본이 20%, 독일과 네덜란드가 1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각종 의료기들의 디지털화하면서 정보통신(IT)와 접목되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에 강점을 가진 우리 업체들에게는 기회가 열려 있는 셈이다. 특히 품목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의료기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거대 다국적 기업들도 채 손대지 못한 분야들이 많다. 이 때문에 독보적인 기술과 품목 선정만 잘하면 틈새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의료산업육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 필요= 국내 의료관련 산업의 문제는 지나치게 규모가 작고 영세 하다는 것이다. 규모가 지나치게 영세하기 때문에 시장을 주도할만한 독자적인 기술개발 투자와 연구개발을 할 여력이 없는 실정이다.
실제 한국의료용구협동조합의 분석에 따르면 2000년 기준 국내 609개 의료기기 업체중 20명 미만의 종업원을 둔 기업이 315개로 51.5%를 차지했고 50명 미만의 업체는 70%에 육박했다. 또 매출로는 10억원 이하의 기업이 전체의 80%에 가깝게 나타났다.
이 같은 영세한 구조로는 국내 의료산업의 발전은 요원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국내에서 법정관리중인 메디슨을 제외하고 매출액이 1,000억원대를 넘는 의료기업체가 전무한 것이 업계 현실이다.
정보통신(IT)분야 못지않은 고부가치 산업인 의료기 산업을 거시 경제적인 관점에서 재평가?산업자체로서 육성하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의료기 관련업계의 공통된 바람이다.
<온종훈기자 jho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