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명의도용' 불러온 '명의남용'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거나 주민등록번호의 생성 원리를 공개하는 것은 불법이다. 주민등록번호 생성기를 이용해 가상의 주민등록번호를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이런 법이 철저히 무시된다. ‘주민등록번호’를 검색창에 입력하면 번호 생성 원리부터 실제 주민등록번호, 번호 생성기 등에 이르기까지 숱한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주민등록번호 명단을 팔겠다는 사람도 널려 있다. 며칠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리니지 명의 도용 사태도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빚어졌다. 해킹 아니면 회원정보 판매를 통해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아니면 열심히 ‘손품(?)’을 팔아 하나씩 수집한 것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종합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휴대폰 인증 등을 통해 명의 도용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확실히 명의 도용은 줄어들 수 있지만 이 역시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휴대폰이 없는 사람들이나 해외 거주자들의 참여는 원천적으로 봉쇄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리니지는 명의 도용에서 벗어나더라도 이런 방법을 택하지 않은 곳은 여전히 명의 도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모든 사이트들이 이처럼 복잡한 절차를 택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아 있다. 본인 확인 절차가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요구하는 개인정보의 양은 많아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정보가 한번 유출되면 그저 주민등록번호만 유출되는 것에 비해 더 큰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 해결 방법은 단순한 게 좋다. 주민등록번호를 받지 않으면 된다. 그렇게 되면 남의 주민등록번호를 얻으려는 수요 자체가 없어진다. 사이버 폭력이나 아이템 사기와 같은 문제가 염려된다면 주민등록번호 대신 이용자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가상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면 간단하다. 명의 도용 사태를 부른 이유는 명의를 남용했기 때문이다. 유료 서비스를 하거나 성인 인증을 받을 필요도 없는 곳에서도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관행이 리니지 명의 도용 사태를 낳았다. 근본적인 치료책은 간단하다.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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