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슈퍼스타 톰 크루즈의 '퇴출'

몸값 못해 파라마운트와 재계약 실패<br>'할리우드 경제법칙' 스타의 힘 눌러


[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슈퍼스타 톰 크루즈의 '퇴출' 몸값 못해 파라마운트와 재계약 실패'할리우드 경제법칙' 스타의 힘 눌러 1996년에 나온 영화 '제리 매과이어'를 보면 B급 풋볼선수 쿠바 구딩 주니어가 자기 에이전트인 톰 크루즈에게 "쇼 미 더 모니(Show me the money), 쇼 미 더 모니" 하며 방방 뛰는 장면이 있다. 내 몸값을 얼마나 받아주겠느냐는 말로 구딩은 이 역으로 오스카 조연상을 받았다. 지난 22일 파라마운트의 모회사 바이아콤의 섬너 레드스톤 회장은 14년간 손 잡아온 톰 크루즈(44) 제작사와의 재계약을 거절, 할리우드에 지진을 일으켰다. 이유는 바로 이 "쇼 미 더 머니"때문. 레드스톤은 표면상으로는 최근 크루즈의 일련의 경거망동 때문에 더 이상 그와 영화를 함께 안 만들겠다고 말했지만 진짜 이유는 크루즈가 요즘에 제 몸값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거대 기업의 자회사에 지나지 않아 영화의 흥행이 신통치 않을 경우 스튜디오의 모회사 회장은 주주들로부터 심각한 압박을 받는다. 레드스톤의 폭탄선언은 몸값만큼 흥행 성적을 못 올리는 슈퍼스타에게 "노"라는 말을 할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준 것이다. 레드스톤이 크루즈와 그의 제작 파트너인 폴라 왜그너를 LA코리아타운과 인접한 파라마운트의 뒷마당에서 쫓아낸 결정적 동기는 크루즈가 주연한 '미션 임파서블 III'(MI: III)에서 찾을 수 있다. 상반기 영화 상영 전 크루즈는 일련의 경거망언으로 타블로이드의 좋은 기사거리가 됐었다. 툭하면 자기 종교인 사이언톨로지를 선전했고 산후 신경쇠약 증세를 보인 배우 브룩 쉴즈를 공개 비난하는가 하면 '오프라 윈프리 쇼'에선 약혼녀 케이티 홈즈를 사랑한다며 카우치 위에서 방방 뛰어 세인의 웃음거리가 됐다. 크루즈의 이런 기행들은 이미지에 먹칠을 하면서 많은 팬들이 떨어져 나갔다. 레드스톤뿐 아니라 영화 전문가들도 이 때문에 'MI: III'의 흥행수입이 이전 두 편에 못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영화계에 따르면 'MI: III'는 전세계 극장에서 4억여 달러를 벌어들이고 DVD 수입이 2억달러로 예상되나 파라마운트가 가져갈 돈은 불과 수백만 달러. 이에 비해 크루즈는 8,000만달러를 챙길 전망이다. 더구나 최근 들어 영화의 제작 단가와 광고 선전비가 천문학적으로 증가, 스튜디오들은 대량 감원에 연간 제작편수를 감축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블록버스터의 기간 팬들인 젊은 층이 인터넷, 아이파드, 티보 등 영화 외의 매체를 즐기면서 스크린을 외면하고 있어 스튜디오들은 지금 허리띠들을 졸라매고 있다. 레드스톤의 크루즈 퇴출은 할리우드의 경제 법칙에 따른 것으로 슈퍼스타로서의 힘의 쇠락을 의미한다. 스타 인기도를 조사하는 해리스 폴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크루즈는 인기 10위권내에도 들지 못했다. 두 해 모두 1위는 톰 행크스. 팬들은 이처럼 제왕적이요 지극히 사적인 크루즈보다 옆집 아저씨 같은 행크스를 더 좋아하고 있다. 크루즈는 매우 약삭 빠른 사람으로 영화 선정과 자기 이미지 관리에서 철저히 상인의 수법을 사용해 왔다. 이런 그가 최근 일련의 경거망동을 하면서 헛 발을 짚었는데 팬들은 이를 그동안 감춰졌던 크루즈의 진면목으로 생각하는 듯한 느낌이다. /한국일보 LA미주본사 편집위원·헐리우드 외신기자협회원 입력시간 : 2006/08/2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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