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코스닥시장을 위한 변

최근들어 코스닥시장이 개인투자자들의 「엘도라도」로 등장하며 우리 사회에 코스닥열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엘도라도란 상상 속 황금의 나라. 동부에서의 정착에 실패한 가난한 이민자들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서부로 서부로 몰려들었던 미국의 서부개척 시대가 아마 엘도라도를 찾아 나선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가진 것이라곤 몸과 꿈밖에 없는 이들에게 기회의 땅 서부는 곧 엘도라도 그 자체였다. 잘 살아보겠다는 일념으로 황금과 기회를 좇아 달려간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미국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춘궁(春窮)에서 벗어나려고 동남아로 삶의 터전을 옮긴 중국인들이 일궈낸 결실도 따지고 보면 같은 맥락이다. 최근 여의도나 증권객장 주변 식당에서 느긋하게 점심을 즐기는 사람들의 주된 얘깃거리는 코스닥이다. 오늘 하루 얼마를 벌었다느니, 어떤 종목에 어떤 재료가 있다느니 하며 코스닥시장에서 펼친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기에 정신이 없는 모습을 자주 만난다. 코스닥시장이 개미군단에게 황금과 기회의 땅, 곧 엘도라도로 비쳐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밑천이 적은 이들 개미군단은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 골리앗 외국인 세력과 기관들을 피해 코스닥으로 몰려들고 있다. 코스닥 거래의 90%가 개인투자자들이 차지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등록을 앞둔 벤처기업의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100대1을 훌쩍 뛰어넘는 게 예사다. 문제는 이들 개미군단이 벤처기업의 미래를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 단지 돈맥을 찾고 있다는 데 있다. 아이디어와 기술은 있지만 자본이 없어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없었던 벤처기업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코스닥시장의 존재이유는 눈을 씻고 둘러봐도 찾기 어렵다. 여기에 작전세력과 무늬만 벤처인 기업의 묻지마 등록까지 가세해 코스닥시장은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곧 발표할 예정인 코스닥시장 전반에 대한 대책은 더이상 이같은 난맥상을 방치할 수 없다는 긴박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된다. 당연한 귀결이다. 하지만 공시제도의 미비, 거래체결을 지연시키는 전산문제, 코스닥증권시장의 지배구조 개편 등 정부가 해결해야 할 난제들은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정부 당국자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점이 있다. 코스닥시장은 우리 경제 시스템의 변혁을 상징하는 금융현장이라는 사실이다. 변혁은 혼돈(카오스)을 수반하게 마련이다. 혼돈이 수습되고 정돈되면서 등장할 신경제 패러다임을 위한 산고는 불가피하다. 코스닥시장 대책은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외양간 고치려다 소까지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코스닥이 진정 우리 시대의 엘도라도를 꿈꿀 수 있는 벤처기업의 산실로 자리잡게 해야 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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