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벤처기업] 정부규제와 대기업횡포로 수난

지난해 한번에 칠해지는 컴퓨터용 사인펜 「컴펜」을 개발해 고시생과 대입수험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고구려문방(대표 양해석·梁海碩). 문구분야에서 당당히 벤처인증을 받아 희망을 키워온 이 회사는 그러나 정작 일년중 가장 대목이라고 생각했던 대입수능시험날을 침울하게 보내야 했다.서울시가 수능시험때 시험감독관이 나눠주는 사인펜만을 사용해야한다고 강제규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입찰에 참가하려 했더니 대기업들은 개당 1원을 낙찰가로 써넣는 횡포를 일삼았다. 서울시 규정은 시험을 관장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내세우는 『원활한 시험관리를 위해 수험생들에게 획일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조치로 수험생들은 서울시에서 일괄적으로 구매한 제품외에는 사용할 수가 없다. 당연히 수험생들도 불안한 마음에 지정사이펜이 아닌 고구려문방이나 다른회사 제품은 써보지도 못하고 있다. 고구려문방 관계자는 『시험이 임박하면 수험생들로부터 수많은 전화가 걸려온다. 시중에서 컴펜을 구입했는데 꼭 시험감독관이 나눠주는 펜만 써야 하는지 만약 다른 컴퓨터사인펜을 사용하면 0점처리 되는지 등 문의전화로 몸살을 앓을 정도』라고 말했다. 고구려문방은 교육과정평가원과 상급기관인 교육부에 수차례 질의서를 보냈다. 하지만 교육부는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을 들어 평가원으로 민원을 이첩했고 평가원은 『컴퓨터용 수성사인펜을 개인별로 지참토록 허용할 경우 불량제품의 사용 또는 일반 필기구의 사용 등으로 인하여 채점처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답변이었다. 평가원은 응시자가 내는 응시수수료에는 사인펜 구매비용이 포함돼 있으며 성능검사 합격품에 한해 입찰을 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그러나 수험생들이라면 일년에 수십차례 치르는 시험을 통해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사인펜이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한 94년 이전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전체 수험생에게 나눠주기 위해 한해에 필요한 사인펜수는 100만개 정도. 행정편의에 의해 개당 300원으로 계산해도 3억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자꾸 올라가는 수험전형료에 사인펜값이 이유가 되고 있지는 않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있다. 더구나 대기업들은 이를 터무니없는 가격에 입찰, 벤처기업이 설자리를 빼앗고 있다. 지난해 모나미는 개당 10원에 사인펜을 공급했다. 올해는 동아연필이 입찰가로 1원을 써냈다. 이때문에 당초 책정했던 예산과 입찰금액이 낮아짐으로써 생긴 차액은 어떻게 처리됐는지 궁금하다는 지적이다. 박형준기자HJ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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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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