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19일] 유로존 위기의 고리

아일랜드발(發) 유럽 재정위기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데는 아일랜드뿐 아니라 그리스와 포르투갈도 한몫했다. 그리스가 15일 사실상 구제금융 상환 연장을 요청한 데 이어 페르난도 산토스 포르투갈 재무장관도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국제사회에 구제금융을 요청해야 하는 위기를 맞았다"고 밝힌 것이다. 포르투갈이 잠재적 재정위험국가이기는 하지만 최근까지 이렇다 할 위기의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의 발언은 아일랜드 사태로 겁을 먹은 투자자들을 괜히 자극했다는 비난이 나왔고 이에 산토스 장관은 17일 의회에서 '구제금융 요청계획이 없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장관의 경솔한 발언 정도로 치부할 수 있지만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보다 심각한 문제가 내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의 유로존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이다. 산토스 장관은 "만약 재정위험국가들이 유로존으로 묶여 있지 않으면 시장은 각각의 국가를 개별적으로 볼 것"이라며 특히 "포르투갈이 유로존의 일원이 아니면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도 지금보다 낮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포르투갈은 지금의 불안이 아일랜드 등과 단일통화 체제로 묶여 있기 때문이라는 '남 탓'을 한 것이다. 포르투갈은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수용하면 자국도 반(半)강제적으로 외부 지원을 받게 될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유로존은 경제 펀더멘털과 재정상태 등에서 차이가 나는 16개 국가들을 하나의 통화와 금리로 묶었다. 이 때문에 한곳의 위기가 다른 곳으로 쉽게 퍼져나갈 수 있는 금융환경이 조성됐다. 회원국들의 불만은 여기서 나온다. 심각한 경제 문제가 없는데도 같은 통화를 쓰는 일부 국가의 어려움 때문에 애꿎은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다. 아일랜드 위기가 헝가리 위기에 비해 크게 부각되는 것은 유로존 회원국이기 때문이다. 유로존의 어느 잠재적 위험국가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지 모른다. 그러면 단일통화의 고리로 연결된 주변 회원국들은 '무고한 우리가 또 피해를 보게 됐다'는 불만을 퍼부을 것이다. 문제의 핵심인 이 고리를 끊는다면 유로존은 해체의 길로 가게 될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유로존이 재정동맹을 통해 통합 수준을 한층 격상하는 것이 가장 실효성 있는 방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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