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집단소송이 갈수록 증가함에 따라 임직원 배상책임 보험시장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영국의 경제전문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집단소송 손해배상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짐에 따라 임직원 배상책임 보험상품의 수익성이 떨어져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민사소송 컨설팅회사인 코너스톤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 관련 집단소송은 모두 212건으로 전년보다 17% 증가했다. 이처럼 집단소송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손해배상규모도 1억달러를 넘는 경우가 일반화되고 있다. 보험중개회사인 윌리스는 보험사들이 작년 상반기에만 미국 기업의 집단소송과 관련한 보험금으로 10억달러를 보상했다고 밝혔다.
반면 보험사들이 기업들로부터 받는 임직원 배상책임 보험료는 보통 회사당 연간 200만~300만달러에 그치고 있다. 보험료 수입에 비해 손해배상 보험금이 엄청나게 많아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운 실정인 것이다.
최근 집단소송을 당한 임원들이 손해배상금액에 충당하기 위해 개인돈을 내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데다 전체 배상금액과 비교하면 푼돈에 불과하다. 엔론의 사외이사 10명은 최근 집단소송에서 사재 1,3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했지만 이는 전체 손해배상금액 1억6,800만달러의 8%에 불과했다.
나머지 1억5,500만달러는 모두 임직원 배상책임보험으로 처리됐다. 또 통신업체 월드컴의 사외이사 10명이 개인돈으로 지불하기로 한 배상금액도 1,800만달러로 전체 배상규모 5,400만달러의 33%에 그쳤다.
이처럼 집단소송 손해배상액이 갈수록 대형화되면서 보험사들은 막대한 보험금 지급으로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영국의 보험인수업체 SVB의 관계자는 “현재 미국에서 확정 판결이 나지 않은 집단소송의 손해배상 요구금액을 모두 합칠 경우 무려 600억~800억달러에 이른다”며 “임직원 배상책임 보험시장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