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성장률이 2.6%에 머물 것이라는 KDI의 전망은 크게 세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점이다. KDI는 작년말 제시한 5.3%의 성장률 전망치를 3차례나 하향조정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두번째는 세계경제의 회복대열에 좀처럼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가 연이어 상향조정되고 있는 것과 정반대로 가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는 국제경제의 낙제생으로 전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세번째는 정부의 안일한 인식이다. 민간은 물론 한국은행과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지난달 중순부터 `3% 성장 미달가능성`을 제기했음에도 정부는 `추경 등의 효과로 3%대 성장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래서 `내년에는 4%대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정부와 KDI의 전망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정국 혼란으로 경제가 더욱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행정부는 재신임정국에 따른 혼란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최소화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사상최악의 성적=연간 2.6%라는 성장률은 사실상 사상 최악이다. 성장률이 전년 기록의 반토막에 미달한 것은 1차오일쇼크를 겪었던 79년과 외환위기 직후인 98년을 제외하면 처음이다. 경제 위기가 아닌 평상시로서는 올해 성장률이 사상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성장률 하락의 주요인은 소비와 투자부진이다. 민간소비가 교역조건악화 및 가계대출의 급격한 위축으로 연간 0.9% 감소할 전망이다. KDI는 설비투자도 연간 1.4% 줄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가 KDI의 전망치보다 더 위축될 가능성도 높다. 1ㆍ4분기 1.6%, 2ㆍ4분기 –0.8%를 기록한 설비투자(전년동기대비)는 경기가 회복세를 탈 것으로 예상되던 3ㆍ4분기에 무려 7.7%나 감소했다. KDI는 4ㆍ4분기에는 1.1% 증가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하지만 증폭되는 정치불안으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늘릴지는 의문이다. 올해 성장율 전망치가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바닥은 어디인가=조동철 KDI 거시경제팀장은 “경기 후퇴가 마무리되고 있다”며 “현재 바닥을 통과중으로 지금 근처가 바닥 같다”고 진단했다. 아무리 늦어도 올해말까지는 경기저점을 확인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경기가 3ㆍ4분기 바닥을 찍고 4ㆍ4분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상승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던 정부의 경기인식이 한 템포(1분기)씩 늦어진 셈이다.
경기회복은 결국 내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그 것도 전제 조건이 붙는다.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고 정치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조 팀장은 “올 상반기에만 가계소비대출이 17조원 가량 정리되는 등 부실가계대출이 정리되고 있어 소비위축이 더 심각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설비투자도 급락세를 멈출 것으로 예상돼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제경쟁 낙오될 지 걱정=우리경제가 걷고 있는 불안한 행보와 달리 세계경제는 뛰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6일 지역별 경제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 `소비자지출이 대부분의 지역에서 강세를 보이고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조업분야도 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며 `2001년 불경기로부터의 회복이 마침내 추진력을 얻기 시작하고 있다는 많은 조짐들이 발견된다`고 자신했다. FRB가 이 같이 확신에 찬 전망은 이례적인 일인 만큼 미국은 경제회복을 확신하고 있다. 미국 뿐 아니다. 국제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홍콩의 등급을 올렸다. 중국의 등급이 한국을 추월한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회복기를 맞아 뛰는 세계경제회복대열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