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IT와 '시산제'

[로터리] IT와 '시산제' 황중연 지난 입춘에 산악회 동호인들과 함께 올 한해 안전산행을 기원하는 시산제를 덕유산 향적봉에서 가졌다. 남녘에선 꽃 소식이 달려오고 눈으로 뒤덮인 계곡은 어느새 봄 기운을 머금은 채 빛나고 있었다. 영국의 등반가 말로니가 말한 ‘산이 그곳에 있으니까’라는 명언과 더불어 조선시대 성리학자 남명 조식(曺植) 선생이 ‘산을 오르는 수고로움에서 선을 행하는 향상의 지혜를 익히라’고 말한 것처럼 산행의 의미는 퍽 다양하면서 깊어 보인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만남과 화합의 축제인 시산제는 안전산행을 기원하는 자연숭배 사상의 자연스런 발로가 의식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비를 기원하는 기우제나 풍년을 기원하는 선농제도 같은 맥락이다. 세종대왕은 왕실 과학관인 흠경각을 설치해 혼천의ㆍ자격루 등 당대 최고의 과학 발명품을 만들어내면서도 용비어천가에는 국가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주술적 힘을 빌기도 했다. 지식정보사회가 정착된 오늘날에도 주술 문화는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부적을 컴퓨터 통신에서 다운받아 컴퓨터의 바탕화면으로 사용하거나 컬러 프린터로 출력해 몸에 지니고 다니기도 한다. 불확실한 현실에 대한 심리적 불안이나 긴장, 갈등을 해소하는 데 주술적인 면에 의지하는 셈이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를 쓴 프리드먼은 한국의 급한 국민성이 문화적 전통인지, 역사적 배경이나 유전자 때문인지 모르지만 미래의 대단한 성장 엔진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산업 국가다. 정보기술(IT)의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개인의 독창성과 상상력, 그리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국민성이 결합돼야 한다. 우리의 국민성은 시산제나 풍어제를 지내듯이 자연을 아끼고 더불어 살아가는 향기가 있고 너그러움도 있는 반면 IT 종주국을 이룬 것처럼 무한한 창의력도 함께 지니고 있다. 국민성은 사회ㆍ문화적 환경의 영향으로 시대가 변하면서 순기능과 역기능으로 바뀔 개연성이 높다. 우리의 부정적인 측면을 줄이고 긍정적인 부문을 살려내는 사회적 역량이 필요하다. IT 업계의 신년 화두인 ‘싹은 키웠지만 쟁점은 남아 있다’는 숙아유쟁(熟芽遺爭)의 논쟁에서 벗어나 공동체적 생각, 넉넉한 생각으로 마무리 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컴퓨터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경영정보를 얻고 우편물류에 첨단 기술인 무선인식(RFID)을 접목하고자 하면서도 시산제를 지내고 나니 한결 평안해지는 것은 필자만의 마음일까. 입력시간 : 2006/02/1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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