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무역 흑자기조라고?(사설)

적자행진을 계속해오던 무역수지가 8월에 흑자로 돌아섰다. 정부는 이를 흑자기조 정착의 출발로 평가하고 있다.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경제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지루한 기아사태와 수출부진이다. 수출이 잘되고 기아문제만 풀리면 경제는 금방 회복국면을 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를 흑자기조 정착의 조짐으로 낙관하기에는 어두운 구석이 많다. 수출이 두자리 숫자로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미국·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서 밀려 적자가 부풀어오르고 있는 반면 개도국과 신시장에서의 수출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수출구조는 개도국이나 후진국에서 벌어 선진국시장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메우는 꼴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과의 교역에서 적자가 커지고 있다. 대미 무역적자는 올들어 8월까지만 해도 71억달러를 기록했다. 갈수록 적자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도국과 신시장에의 수출이 크게 늘어나야 적자를 메우고 흑자를 실현할 수 있다. 그런데 사정이 좋지 않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최근 빠르게 늘어나던 동유럽·중동·중남미시장에 대한 수출이 올들어 감소하고 있다. 동유럽 시장에 대한 수출이 매년 평균 50% 이상 증가하다가 올들어 8월까지 11% 줄었다. 5년만에 감소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줄어들었다. 중동시장 수출도 연평균 20%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으나 올해는 13% 줄었다. 중남미 수출 역시 두자릿수로 늘어나다가 올해부터 감소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증가율도 둔화추세를 보이고 있다. 좋지 않은 징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경기침체도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는 수입규제 장벽이 높아진 결과다. 관세 비관세 장벽이 강화되어가고 있는 추세여서 수출증가율 회복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선진국시장에서 밀려나고 신시장에서도 부진할 경우 무역수지 개선은 어려울수밖에 없다. 문제는 경쟁력의 약화에 있다. 가격과 품질경쟁력이 취약하다 보니 선진국에 뒤처지고 개도국에 쫓기는 신세가 된 것이다. 흑자전환을 자랑할게 아니라 기술과 디자인 개발을 통해 가격·품질 경쟁력을 높이는데 힘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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