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6자회담] 기조연설에 뭘 담았나

6자회담 참가국들이 27일 오전 전체회의에서기조연설을 통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됐다. 전날 개막식에서 한 인사말이 회담에 대한 총론이라면 이날 기조연설은 그에 따른 각론에 해당한다. 개막을 전후해 가진 탐색전 성격의 양자협의 결과를 바탕으로공식 협상의 출발점이 되는 콘텐츠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조연설 내용은 즉각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각 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협상의 최종 목표를 강조하고 이번 회담에서 북핵문제의 실질적인 진전을 봐야 한다는 강한 의지와 사명감을 다시 한 번 피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에는 꼭 결실을 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끝장 토론'이라는 개념까지낳았듯이 진전을 위한 방법론에 대한 의견도 담아낸 것으로 예상된다. 그 방법론은 전날 한국이 "6자회담이 지향하는 항구를 분명히 하고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항로를 협의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대충 짐작이 가능하다. 다만 기조연설에서는 더 구체적 접근법이 나왔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이 전날 `말 대 말'과 `행동 대 행동'에 걸친 단계별 접근법을 내놓은 맥락에서 이날은 한반도 비핵화 및 핵폐기와, 체제안전보장 같은 상응조치를 담는 `말대 말'을 공동 문서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렇듯 회담의 목표나 접근법 등 총론에서는 어느 정도 참가국 사이에 공감대를형성해 나가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지만 사안별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입장이 들어갈 각론에서는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24일부터 본격화된 양자 협의가 1회전을 거치고 26일 이미 2회전을 진행하면서이미 적지 않은 항목에서 이견이 노출된 것으로 전해진 것과 같은 흐름인 것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26일 국회에서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초반부터 심각한난관이 예상돼 쉽지 않겠다는 무거운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런 이견의 큰 줄기는 당연히 지금껏 대립각을 세워온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핵화의 범위를 놓고 먼저 충돌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미국이 `핵무기'에 국한하지 않고 `핵프로그램들의 폐기'라는 포괄적 표현을 사용, 범위를 극대화한 반면 북한은 종전 입장대로 동결 대상을 `핵무기'로 묶어두는 입장을 밝혔을 것이라는 관측인 것이다. 미국이 지칭하는 `핵프로그램들'에는 북한이 거부감을 느끼는 농축우라늄 핵프로그램을 적시하는 대신 쓰는 `점잖은' 표현이라는 성격이 강한데다 원전을 포함한원자력의 평화적인 이용까지 망라하는 개념이다. 북한은 이에 대해 기조연설에서 원전을 말하는 `평화적 핵동력공업'는 넘겨줄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간극은 향후 협상에서도 서로 신축성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런 관측은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회담의 진전을위해 적극적이기는 하지만 미국내 대북 강경파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양보의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깔려 있다. 미국은 지난 해 6월 제3차 회담에서 제시한 안에 대한 답을 지난 26일 북한으로부터 받은 만큼 이에 대한 입장도 피력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당시 미국 안은 북한이 3개월간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포함한 핵폐기선언을 하고, 핵프로그램 및 시설 제거를 위한 준비조치 등을 이행하면 한ㆍ중ㆍ일ㆍ러 4국의 중유제공, 테러지원국 해제 논의 등 단계별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었다. 북한은 이에 대해 3차회담 직후 미국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핵폐기(CVID)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말 대 말'-`행동 대 행동' 주장을 미국이 수용한 것에는 긍정적이었지만 3개월 간의 준비조치 기간 등으로 미뤄 전체적으로 선(先)핵폐기에 해당된다는 점을 들어 퇴짜를 놓은 바 있다. 이 때문에 기조연설에서는 미국이 3차회담 제안을 바탕으로 북한의 불만을 얼마나 반영해 행동순서나 기간을 조정한 안을 내놓았을 지가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중유 제공 등 에너지 보상에 빠지겠다는 미국의 입장에 강한 거부감을 보인 상황에서 힐 차관보가 전날 "북한의 에너지 관련 요구사항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 보상참여에 대한 미국의 입장 변화도 주목된다. 그러나 우리측 회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작년 6월의 3차 6자회담때 미측이 내놨던 `북한에 에너지 수요조사를 제안하며 북한의 관심사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표현과 같다"며 미국의 입장변화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반면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이 됐다는 상황변화를 내세워 이날 연설에서 핵군축회담 주장을 제기하고 지난 22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 담았던 평화체제 전환을 통한 비핵화 논리를 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 전 날 장시간에 걸쳐 이뤄진 북미 접촉에서도 6지릿是?성격이 핵군축회담이 돼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군축회담 논리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미국 등이 상당한 거부감을 보여온 점에 비춰 향후 군축회담 요구가 수그러들지않을 경우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입장이 나왔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회담장 안팎의 관측이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잇따른 양자접촉 상황에 대해 "놀랄 만한 것은 나오지 않았고 생각이 가능한 것들이 나왔다"고 밝힌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우리 대표단은 이날 북핵 폐기시 200만kW 전력을 북한에 직접 송전하는 이른 바`중대제안'의 내용을 다시 설명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로드맵의 주요 요소로적절히 활용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대북 송전시점이 핵폐기 이행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점을 들어 미국의 선핵폐기 요구에 가세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우리 대표단이 남북 신뢰와 6자 틀내 송전 보장안 등 안전판을 강조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또 중대제안에 대한 북한의 수정 제의나 다른 국가들의 반응도 주목된다. 일본은 전날 인사말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의혹은 물론 미사일 문제까지 해결돼야 함을 강조한 점에 비춰 다시 한번 북일 현안을 꺼냈을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이날 전체회의는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 52돌이 되는 날에 열리면서 협정에 서명한 중국, 북한, 미국 외에 사실상 당사자인 한국이 냉전의유물인 정전협정의 한계를 넘어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가져오는 계기를 만들지주목된다. (베이징=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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