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건강 칼럼] ADHD 오해와 진실(2)


과잉 또는 충동적 행동 때문에 정신과를 찾은 아이에게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라는 진단을 내리면 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그럴 리 없다. 정말이냐?”는 식으로 되묻는 경우가 많다. 간혹 이미 다른 병원에서 ADHD로 진단을 받았으나 믿기지 않아 확인 차 왔노라 고백하는 경우도 보게 된다. 필자의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에도 진단을 하고 치료를 권했는데 병원방문을 중단하는 경우들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ADHD치료제의 오남용과 과잉진단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과잉진단에 대한 우려는 근거가 없다. 예상되는 환자수보다 진단 받는 환자가 많을 때 우리는 과잉진단에 대한 우려를 한다. 하지만 ADHD의 경우 유병률에 비해 진단과 치료로 이어지는 환자의 수는 불과 10%에 지나지 않는다. 학계에서는 6세에서 18세까지의 소아청소년에서의 ADHD 유병률을 약 6.5%로 보고 있는데 이를 환산하면 55만 명 정도에 이른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추산한 진료받고 있는 ADHD 환자수는 6만3,000명 정도로 약 11%의 환자만이 치료받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경우 ADHD 치료율이 약 50%에 이른다. 우리나라 치료율의 5배에 육박하는 수치인데도, ‘과잉 진단’이라는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는 왜 ‘과잉 진단’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일까? 우선 환자수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ADHD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대국민 홍보사업을 시작한 2004년부터다. 그때부터 사람들이 ADHD라는 질환을 알게 됐고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환자수 급증’ 현상이 나타났지만 이를 ‘과잉진단’이라 할 근거는 없다. 그 동안 질환이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표면화되지 않았던 것일 뿐이다. 또 비전문가에 의한 ADHD가 진단이 과잉진단 우려를 낳기도 한다. ADHD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 보호자, 학교 선생님 등에 대한 면담과 정보수집 및 각종 심리 검사를 수행되어야 한다. 단지 ‘산만하다’는 이유만으로는 ADHD로 진단하지 않는다. 그런데 일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진단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검증되지 않은 영역이기 때문에 통계 수치에도 잡히지 않고 그들이 제안하는 치료법들은 효과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나라에는 약 48만명에 달하는 ADHD 잠정 환자들이 있다. 그런 환자들이 ‘과잉 진단되고 있다’는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치료를 주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가장 고통 받는 것은 아이들이다. 치료 받으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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