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2월 11일] 막대한 예산만 날린 한강 수질개선사업

수도권 주민의 상수원인 한강 수질이 지난 1994년 통계작성 이후 최악이라는 조사 결과는 정부의 수질관리가 주먹구구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부는 2000년 이후 주요 취수원인 팔당호 등 한강 수질개선 비용으로 2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다. 그런데도 환경부가 내놓은 '2009년 하천 수질측정 자료'에 따르면 팔당호의 연평균 수질은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기준 4.0ppm에 그쳐 15년 만에 가장 나빴다. 그나마 좀 낫다는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도 4년째 상승해 1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오염물질을 할당 규제하는 수질오염총량관리제를 강화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시는 지난해 생수를 마시지 않거나 정수기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수돗물인 '아리수'만 마시는 아파트를 모집하는 등 깨끗한 물 자랑을 늘어놓았다. CODㆍBOD는 물론 대장균 오염 등도 심해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아예 상수원으로 쓰지도 않는 뚝섬 등의 '등급 외' 원수로 만든 수돗물을 시민들에게 권유했던 셈이다. 살균처리 등 고도의 정수과정을 거쳤더라도 수질이 나쁜 원수를 사용하면 병원균이 완전히 죽지 않을 뿐더러 소독과정에서 염소가 많이 들어가 발암물질 등 부산물이 포함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시 자체 조사에서조차 수돗물의 수질을 믿지 못해 생수나 정수기 물을 마신다고 답변한 응답자가 절반이나 되는 것은 서울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단일 상수원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한강 수질을 악화시킨 데는 수도권 난개발 등도 주요 원인이 됐다. 한강 유역에 음식점과 호텔 등 각종 위락시설이 무분별하게 들어서고 있지만 한강오염을 막을 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 상수원보호구역인 팔당 등의 오염위험이 높은 형질변경 등이 다반사로 이뤄지고 전원주택 등을 지어 분양해도 제대로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류지역 축산농가의 분뇨배출이나 농경지 비료 과다살포 등도 보다 강력하게 제한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에 상수원 보호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환경부가 오는 2012년부터 하수처리장 수질기준을 강화하는 대책을 내놓았으나 이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 한강의 수질악화는 2,300만 수도권 주민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당장 강도 높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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