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부 발표 「금융시장 안정대책」의 의미

◎달러 공급, 환시-증시 떠받치기/‘외국인 주식매도-달러수요’ 악순환 방지/자본시장개방 앞당겨 핫머니 준동 우려도정부가 29일 발표한 금융시장 안정대책은 외화공급을 대폭 늘려 외환시장과 증권시장의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부총리 담화를 통해 금융당국의 시장안정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함으로써 불안심리를 누그러뜨리는 한편 현금차관 도입을 늘리고 채권시장을 조기에 개방, 환율안정을 기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즉 외화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억제, 달러가수요를 막고 환율을 안정시킴으로써 주식시장도 안정시키겠다는 것. 환율이 안정될 경우 외국인 매도세가 주춤해져 증시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탈아시아 추세가 대세인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조치들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환율 급변상황에서 자본시장 개방일정을 황급히 앞당긴 것은 자칫 핫머니가 준동할 여지를 넓혀주는 결과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최근 금융시장의 위기는 대기업의 잇단 부도로 불안심리가 팽배해진 가운데 아시아 증시에 회의를 느낀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주식을 팔고 나가면서 촉발됐다. 이후 외국인 매도→달러수요 증가→환율상승→외국인 매도의 악순환을 보여왔다. 세계증시 폭락의 영향으로 국내 증시도 큰 타격을 받은 가운데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주가를 더욱 끌어내리고 금리를 상승시키는 악순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대책은 외화공급 확대에 치중, 채권시장 개방을 확대하고 현금차관을 대폭 늘리는등 그동안 막아왔던 제방을 대거 무너뜨렸다. 이같은 대대적인 개방확대 조치에도 불구하고 외국인투자가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올들어 대기업의 잇단 부도로 국내 금융기관과 대기업의 해외차입 여건이 크게 악화된 것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가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최근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무디스사가 한국의 국가신인도를 하향조정하는 등 한국경제를 보는 외국의 시각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해외차입난이 가중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번 조치가 효과를 내 외화유입의 붐이 일어도 문제다. 외화유입은 통화증발을 유발, 가뜩이나 흔들리고 있는 물가불안 심리를 부추길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또 최근의 금융불안이 개방의 충격을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조기개방이 가져올 부작용이 만만찮을 것으로 우려된다. 핫머니의 유출입을 관찰·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추가적으로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의 현금차관 도입허용과 대기업 무보증회사채시장 조기개방은 외화공급 확대와 함께 금리의 하향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이나 그만큼 국내 금융기관들의 입지가 줄어들게 돼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가 그동안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임기응변식 대증요법만 나열함으로써 정책을 실기하고 불신감을 증폭시켰다는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금융시장의 안정은 우리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임으로써 경상수지가 균형을 이루고 실추된 한국경제에 대한 대외신인도가 회복될 때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이다.<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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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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