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어떻게 풀어야 하나(금융대란)

◎적자재정 감수, 정부가 나서라/“시장논리”만으론 현난국 타개 역부족/부실금융기관·대기업 환부 도려내야미증유의 대혼란이 전개되고 있다. 증시와 외환시장은 유동성조차 담보되지 않는 실정이다. 증시에서는 하한가에라도 팔겠다는 물량이 쏟아지고 있지만 매매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도 개장하자마자 달러를 가격제한폭에 매입하겠다는 주문만 홍수처럼 쏟아질뿐 팔겠다는 주문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불안한 안정세를 보이던 자금시장도 서서히 태풍권에 진입하면서 금리가 하루에 0.1%씩 성큼성큼 뛰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의 모습은 교과서적 논리, 정통적 경제정책수단이 통하지 않는 긴급 상황이다. 시장경제원리, 민간자율에 맡겨야지 정부가 직접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논리가 지속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몰려왔음을 인식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최근 금융대란상황이 동남아와 홍콩의 통화위기로 인한 전세계적 주식공황에 따른 위기로 불가항력이라고 보고 있다. 기아사태가 해결되었기 때문에 외풍만 불지 않았다면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문제는 뉴욕, 홍콩 등 선진국 증시는 곧바로 회복세를 찾았는데도 우리 증시와 외환시장은 여전히 패닉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서 알 수 있듯 현재의 상황이 단순히 외풍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한국 경제가 한약으로 체질을 강화하거나 응급실에서 간단한 조치로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이 아니라,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처지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대수술을 해야만 할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있느냐조차도 의문시되고 있는 상황부터 교정해야 한다. 이같은 상황까지 몰려오게 된 원인이 무엇이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우리 경제의 환부는 허약한 체질의 대기업과 부실덩어리 금융기관이다. 대기업의 연쇄부도 가능성, 부실을 스스로 치유할 수 없는 상태의 금융기관때문에 외국인투자가들이 한국 증시를 떠나고 이로 인해 달러수요가 폭증, 환율이 뛰면서 자금시장까지 출렁거리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금융기관이나 허약한 대기업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기를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라는데 있다. 따라서 이제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한도를 넘는 금융기관 및 대기업의 부실을 정부, 결국 국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부실채권정리기금처럼 미온적이고 작은 규모의 처리방식으로는 금융기관 부실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스웨덴처럼 정부가 직접 부실금융기관을 인수하거나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지급보증을 해 줄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적자재정을 감수해야만 한다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적자재정을 터부시해왔지만 우리나라 재정이 아직까지 유례없을 정도로 튼튼한 구조를 지녀왔다는 점을 감안, 긴급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적자재정을 짜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이에 대해 통화팽창으로 인한 인플레를 우려하는 반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지만 『대기업 부도 및 금융시스템 붕괴에 따른 부담이 물가상승으로 인한 코스트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이윤호LG경제연구원장)』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단기적으로 증시안정을 위한 주식투자수요 확충,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외화도입 확대 등의 임시방편도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와 함께 금융기관 부실, 대기업 연쇄부도 우려 등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정부의 가시적이고 직접적인 대책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할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동시에 뼈아프더라도 그동안의 안이했던 정책대응을 솔직히 인정하면서 현 상황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려 위기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부담을 감수하겠다는 국민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만 미증유의 혼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주문이다.<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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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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