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브레인 테크21」 시동(뇌를 알자)

◎“미래엔 인간의 마음읽어/영화처럼 보여줄수 있다”/카오스 이론 등 등장 뇌신호 교환원리 잇따라 밝혀/국내 기술수준은 선진국에 10년 뒤져20세기 들어 많은 신체기관들이 비밀의 옷을 벗었지만 뇌는 아직도 많은 부분이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이경민 서울대 의대 교수가 『뇌의 신비가 1백이라면 우리가 아는 것은 5∼10 정도』이라고 말할 정도다. 뇌 연구가 이처럼 어려운 것은 뇌의 복잡한 구조와 특이한 기능 때문이다. 뇌는 「뉴런」이라는 수많은 신경세포가 모여서 만들어진다. 뇌 속에 있는 뉴런만 1천억개. 한개의 뉴런이 뇌 속에서 수천개의 뉴런과 연결된다. 인간이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과정은 사실 이 뉴런들이 신호를 주고받는 것이다. 지난 10년 안팎으로 이 장벽을 넘어서도록 도와주는 첨단 기법들이 속속 등장해 뇌연구를 획기적으로 앞당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뉴런의 세포막에서 이온통로 하나만을 떼어내 성질을 측정하는 패치클램프라는 기술. 패치클램프는 뉴런들이 주고받는 신호전달의 원리를 분자수준에서 밝혀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살아있는 뇌의 기능을 보여주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장치(MRI)와 단층조영기(PET)도 뇌연구를 크게 앞당겼다. 뇌질환 환자를 치료하는데도 사용되는 MRI와 PET는 머리를 절개하지 않고도 뇌의 기능을 살필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다를 떠는 사람의 뇌를 MRI나 PET로 관찰하면 특정부위의 색깔이 변하는데 바로 이 부분이 뇌에서 언어를 조절하는 부분이다. 학자들은 미래에는 「마음을 읽는 기계」까지 등장해 읽어낸 마음을 다시 영화처럼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언한다. 수천개의 뉴런들의 얽히고 설킨 네트워크를 풀어내기 위해 최근에는 혼돈(카오스) 이론까지 등장했다. 지난 80년대 신경세포의 불규칙적인 흥분이 카오스적인 특징을 보인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신경계의 카오스 성질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카오스이론의 발달에 힘입어 그동안 건드리지 못했던 뇌의 신비를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선진국들이 최근 뇌연구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도 이제는 뇌의 신비를 벗길 수 있는 「힘」이 비축됐으며 이 기회를 놓치면 영영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학자들은 우리나라의 뇌연구 수준이 미국과 비교해 「적어도 10년 이상」 뒤져있다고 단정한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전문인력이다. 정민환 아주대의대 교수는 『뇌연구중 분자신경과학 분야는 최근 급격한 발전으로 선진국 수준에 다가서고 있지만 행동, 인지과학 등을 다루는 시스템신경과학 분야는 전문인력이 10여명일 정도로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또 현재 뇌연구는 대학에만 한정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대학과 병원에서 뇌연구를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기업에서는 뇌에 대해 거의 관심을 갖지 않고 정부출연 연구소로 최근 생명공학연구소에서 「뇌연구팀」을 구성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정도다.<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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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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