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한나라당의 자기모순

김병기 기자 <정치부>

“공공기관 이전계획이 발표되는 날은 여당이 ‘끝장’ 나는 날이 될 것이다.” 정부ㆍ여당이 오는 5월 말 발표하기로 한 공공기관 이전계획에 대한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의 평가다. 공공기관 이전에는 국가 균형발전을 꾀하는 정부ㆍ여당, 공공기관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수도권, 소비ㆍ고용 유발효과가 큰 알짜 공기업을 유치하려는 지방, 이전대상 기관의 소속직원 등 4자의 이해가 얽혀 있다. 어떤 묘안이 나오더라도 만족하는 쪽보다는 불만을 가진 쪽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공공기관 이전계획은 정치적으로 ‘준비된 실패작’이라는 말도 나온다. 정부와 여당, 청와대가 당초 4월 초 발표하기로 했던 공공기관 이전계획을 임시국회에서 여야간 논의를 거친 후 5월말께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충분한 의견수렴 기간을 갖자는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논의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문제는 법률적 사항도 아닌데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면서 “정부여당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못박았다. 논의에 참여할 경우 정치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다는 계산 때문이다. 잘돼도 ‘여당의 들러리’라는 소리를 듣게 되고 못되면 수도권 민심이반, 당 내분 심화 등 겉잡을 수 없는 후폭풍을 맞을 공산이 크다. 다음달 재보궐 선거, 내년 지자체 선거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표 떨어지는’ 진흙탕 싸움에는 끼지 않는 것이 상책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이 같은 셈법이 과연 제1야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내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행정도시법을 당론으로 찬성했다. 그럼에도 법안통과 후 가장 핵심적인 후속대책 가운데 하나인 공공기관 이전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회의원직을 내던진 박세일 의원이 남긴 “(한나라당은) 우리나라 전체 발전의 큰 그림보다는 당장 눈앞의 유권자만 의식하는 정당”이라는 말이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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