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흔들림의 기미

제5보(80~100)


구리는 진작부터 자기의 승리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좌변에서 좌상귀를 거쳐 상변에 이르는 거대한 확정지는 무려 50집. 이런 탐스러운 실리를 확보하면 질 수가 없다는 것을 프로들은 잘 안다. 구리는 80으로 슬쩍 물러서면서 이것으로 더 이상 변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사이버오로 해설실의 박지은5단과 윤성현9단도 같은 생각이었고 서봉수와 루이의 생각도 같았다. 그러나 오직 한 사람, 박영훈은 달랐다. 그도 역시 불리한 바둑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박영훈은 구리의 모션과 숨소리 속에서 실낱 같은 흔들림의 기미를 느끼고 있었다. 이 친구가 너무 건방을 떠는군. 너무 자신만만하게 함부로 두고 있어. 그렇다면 승부는 이제부터일 것이다. 흑81은 백대마의 연결고리가 불완전하다는 것을 강조한 행마. 구리는 5분쯤 망설이다가 손을 빼어 82로 못질을 해버렸다. 안전하게 연결하려면 참고도1의 백1을 희생타로 하여 3, 5로 연결하면 된다. 그러나 손해를 먼저 보고 들어가기가 싫다. 게다가 A로 추궁당하는 맛도 조금 남아 있다. 구리는 참고도2의 백2, 4로 둘 작정이었다. 그러나 박영훈은 흑85라는 극약 처방을 들고나왔다. 구리는 슬슬 약이 오르기 시작했다. (89,95…83. 92,9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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