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새 경제팀에 바란다

[시론] 새 경제팀에 바란다 윤창현(서울시립대 교수ㆍ경영학) 이명박호의 첫 내각 명단이 발표됐다. 특히 경제팀의 면면은 안심할 만하다. 관료, 학자, 기업 관련 인사들이 잘 어우러져 앞으로 한국경제호의 방향을 잘 잡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 경제팀에 주어진 과제는 막중한 데 비해 경제팀을 둘러싼 여건은 그리 좋지 못하다. 첫째, 금방 야당이 될 여당(대통합민주신당)의 발목잡기가 여러 군데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들어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드러나는 여당의 행태는 지나치게 정치적이다. 여성부라는 부처가 없어지면 여성홀대와 남녀불평등이 나타나고 통일부가 통폐합되면 통일을 하지 말자는 의도라고 애써 해석하며 조직개편을 지연시키는 모습은 보기가 불편하다. 해당 기능과 관련된 이름으로 된 부처가 있고 장관이 있어야 그 기능이 제대로 산다는 식의 발상은 지극히 단세포적이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자신이 일할 조직에 대한 개편을 할 경우 일단 이를 인정하되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엄중히 묻고 보완해나가는 것이 정답인데도 이를 피해가고 있다. 참여정부하에서 정부의 기능 확대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똑똑히 본 국민들이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져줬는데도 이를 무시하는 이유는 하나다. 여러 사안에 대해 문제점을 계속 제기함으로써 신정부견제론을 확산시켜 다가오는 총선의 득표력을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최초 내각은 총선 이전까지는 소신 있게 정책을 밀고 나가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처음에 결코 무리하지 말고 여당의 총선득표 전략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단기적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을 가지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둘째, 새 경제팀은 우리나라 바둑과 여자골프가 세계를 제패한 이유가 정부 부처에 바둑부와 골프부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를 잘 기억해야 한다. 정부의 손은 모든 것을 황금으로 변하게 하는 능력이 있는 미다스의 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다스왕의 손이 자신이 사랑하는 딸의 몸에 닿았을 때 딸은 황금동상으로 굳어져버렸다. 때로는 정부의 손이 닿지 않는 것이 훨씬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명심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열심을 내어 접근했던 수많은 어젠다 중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을 뽑아 선택과 집중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 손을 대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손을 대야 하지만 손대면 안 되는 분야를 잘 판별해내고 빨리 잊어버리는 지혜도 필요한 것이다. 셋째는 대외경제여건이 안 좋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발 서브프라임 쇼크가 국내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금리ㆍ주가ㆍ환율이 모두 요동을 치고 있다. 이제 금융 부문에는 미국발 금융 태풍이, 실물 부문에는 중국발 인플레이션 황사가 상륙하면서 경제가 아주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스태그플레이션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냐 물가냐의 논쟁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사실 공급 부문의 비용상승 압력으로 인해 진행되는 인플레를 수요견인형 인플레에 대한 긴축적 처방으로 대처하려 하다가는 물가와 경기를 다 놓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경기를 위주로 접근하되 물가에 대해서는 다소 신축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새 내각, 그 중에서도 새 경제팀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엄청나다. 국민들은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라고 외치고 있다. 경제살리기를 대표적 구호로 집권한 만큼 성과가 부진하면 그 실망은 엄청날 것이다. 초반에 무리하지 말고 장거리 달리기를 하듯 긴 호흡으로 접근해 큰 성과를 냄으로써 장수하는 경제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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