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장기불황에 온정 ‘뚝’… 불우계층 ‘더 추운 연말’

장기적인 경기불황으로 세밑 `온정의 손길`이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 각종 모금단체에서 펼치고 있는 이웃돕기성금 모금 액이 지난해 절반 수준도 안되게 크게 줄었는가 하면 고아원, 양로원 등을 찾아가는 기부ㆍ봉사자의 발길도 뚝 끊어졌다. 특히 거액을 기부해왔던 대기업들 마저 대선수사와 실적부진을 이유로 기부를 꺼리는 형편이어서 매년 증가 추세였던 연말연시 성금모금 액은 지난 97년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사랑의 열매로 잘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1일 시작된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액이 16일까지 47억9,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5억3,000만원)의 26%에 불과하다고 17일 밝혔다. 특히 서울의 경우 7억8,000만원을 모금, 지난해 109억원에 비해 7% 수준에 그치는 등 성금 액이 급감했다. 모금회 김효진 과장은 “대기업 위주로 내년 1월말까지 모금을 계속해 총 921억원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이 같은 추세라면 목표액을 맞추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거리의 빨간 자선냄비와 종소리의 주인공인 구세군대한본영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 4일부터 14일까지 서울에서 모은 모금 규모는 모두 4억700만원으로 지난해(4억6,000만원) 수준을 밑돌고 있다. 구세군 관계자는 “경기가 나쁘다 보니 모금활동이 여의치 않다”며 “올 목표인 25억원 달성은 고사하고 85년 이후 매년 6~12% 증가했던 모금액도 올들어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 같다”고 걱정했다. 구세군은 2000년 17억,7000만원, 2001년 22억5,000만원, 2002년 24억6,000만원 등 매년 모금액을 늘려왔다.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NGO단체인 굿네이버스(구 한국이웃사랑회)도 온정의 손길이 뚝 끊겨 불우이웃돕기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김희진 간사는 “기업체에 전화를 걸어도 경기가 어렵다며 기부요구를 거절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예년에 비해 30~50% 가량 모금액이 줄어 내년 이웃돕기 계획에 비상이 걸린 상태”라고 말했다. 모금단체 외에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고아원이나 양로원 등은 더더욱 힘든 연말을 보내고 있다. 수녀 3명이 26명의 고아를 맡아 키우는 `희년의 집`(경기 여주군) 이영수 수녀는 “기존 후원자였던 기업체들은 물론 이맘때 매년 찾아오는 자원 봉사자들의 발걸음도 거의 사라졌다”며 “카드 및 회보 등을 보내보지만 연락은 거의 없다”고 힘들어 했다. 갈 곳 없는 노인들을 돌보는 `영락요양원`(경기 하남시)도 일부 교회단체 소 그룹 모임을 빼고는 방문자의 손길이 중단됐다. 회계를 맡고 있는 임문희씨는 “몇몇 기존 후원자를 제외하곤 신규 모금은 거의 없다”며 “성품을 들고 오는 단체방문은 아예 옛말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홍준석기자 jsh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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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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