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사회공헌활동 보다 급한 것

[기자의 눈] 사회공헌활동 보다 급한 것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누가 내고 싶어 냈겠어요.” 삼성그룹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A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의 냉소적인 반응이다. 지난 14일 미국 비정부기구인 파운데이션센터에 따르면 2003ㆍ2004년 삼성그룹의 사회공헌 액수가 각각 3,554억원, 4,716억원으로 미 1위 업체인 월마트의 세 배에 이른다. 삼성그룹은 지난주에도 8,000억원 규모의 사회헌납 계획을 내놓았다. “매년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낼 때면 치열한 눈치 작전이 벌어지죠. 삼성이 200억원을 낸다는 정보가 나오면 재계 서열대로 B그룹은 100억원 등 이런 식으로 액수를 정해요.” 한마디로 마지못해 내는 측면이 강하다는 뜻이다. 물론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권장해야 할 사항이다. 불우이웃돕기 등 기업들의 사회봉사는 소외된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기업 본연의 역할을 호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사회공헌을 하지 않으면 나쁜 기업’이라는 인식이 대세를 형성하면서 정부 차원의 동원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이 지난해 말 은행권에 대해 ‘순이익 2%의 사회공헌사업 지출’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감독 당국은 자율에 맡긴다지만 실적이 신통치 않으면 공표를 의무화한다고 하니 사실상 압력인 셈이다. 이후 은행권에서는 사회공헌 휴가제도 도입, 기부금 한도 확대, 봉사단 설립 등의 대책을 세우느라 야단법석을 피우고 있다. 하지만 과연 좋은 기업이란 게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많이 낸 기업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사회공헌 기업은 돈을 많이 벌어 투자를 확대, 국가 재정 확보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기업이다. 더구나 현재 우리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과 오너의 경계가 모호한 후진적인 경영 풍토를 반영하고 있다. 선진국처럼 사회공헌 활동은 회삿돈이 아니라 개인 사비를 털어서 해야 된다는 것이다. 또 물의를 일으킨 일부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만 하면 용납해주는 잘못된 관행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볼 일이다. 입력시간 : 2006/02/1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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