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건 총리’ 에 거는 기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21일 새 정부의 총리로 고건 전 총리를 내정했다. 고씨는 3공시절 관직에 발을 디딘 뒤 6개 정권을 거치면서 국무총리, 두 번의 서울시장, 세 번의 장관 등 다양한 행정경험을 쌓은 인물로 `행정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노 당선자가 이 같은 경력의 고씨를 총리로 내정한 것은 무엇보다 `개혁 대통령-안정 총리` 구도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 행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은 노무현 정부가 추구하는 개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경험과 경륜이 안정적 행정의 바탕이 된다고 할 때 고씨 만한 적임자도 드물다고 하겠다. 일각에선 고씨의 관료경력에 대해 자기관리만 잘했다는 평가도 있고, 개혁성이 미흡하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그러나 고씨가 부패가 고질화 된 한국적 풍토에서 관직생활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최대의 비결은 그의 청렴성에 대한 사회적인 정평(定評)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개혁의 본질이 청렴의 제도화라는 점에서 그의 경력자체가 개혁의 징표인 셈이다. 특히 그가 민선 서울시장 시절은 물론 시장 퇴임 후 보여준 부패추방운동에 대한 관심은 개혁성에도 충분히 믿음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노무현 당선자가 KBS의 국민과의 만남 프로그램에서 고 총리의 개혁성 문제에 관해 질문을 받고 “짝이 맞으면 달라진다”고 말한바 그대로 궁합이 잘 맞기 바란다. 노 당선자는 22일 고 총리 내정자와 함께 여ㆍ야 정당을 방문해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통령 또는 대통령 내정자가 그런 행보를 보인 것은 처음이다. 이는 지난 주 여야 총무들과 만나 국정현안에 대한 협조를 구한 것과 함께 매우 참신한 모습이다. 대화와 협력의 정치를 구현하는 자세라는 점에서 평가돼야 할 것이다. 총리임명동의안의 국회인준은 차기 정부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고씨를 내정한 것도 그가 오랜 관직생활을 통해 정치권과도 폭 넓은 유대관계를 갖고 있고, 능력과 자질이 검증된 인물로서 국회인준이 무난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하겠다. 참신성 개혁성을 살린다고 섣불리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지명했다가 인준에 실패한다면 여야 관계는 물론 국정전반이 크게 뒤틀릴 우려가 있다. 그러나 오랜 관료 경험에도 불구하고 고씨가 국회 인사청문회에 서기는 이번이 처음이고, 병역문제 등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는 하다. 국회 청문회에서 철저히 검증은 하되, 사소한 흠집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기 바란다. `책임총리제`를 공약으로 내건 차기 정부의 총리는 각료인선 등에서 역대 어느 정부의 총리보다 많은 권한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 총리`라지만 정부의 개혁에 솔선하는 것이 개혁 대통령을 올바로 보필하는 것이고,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경제의 안정적 성장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울산=김광수기자 k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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