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법원 "비자금 조성만으로 횡령죄 처벌 곤란"

"본인위한 사용분만 해당"

재무팀 직원을 시켜 회계장부를 조작하게끔 지시하고 회사 돈 41억원을 챙긴 방산업체 F사 대표이사 A씨. 그리고 공사현장의 노무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77억6,8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된 H 건설사 고문 B씨. 형사사범에게 형을 내릴 때 기준이 되는 양형기준에 비춰보면 두 사람이 챙긴 비자금의 액수는 적지 않은 형량 차이를 낳는다. 빼돌린 자금의 액수가 50억원을 기준으로 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양형위원회가 정한 횡령죄 양형기준에 따르면 '77억원'은 제4유형에 해당돼 최저 징역 4년에서 7년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 반면 '41억원'은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제3유형에 포함돼 특별한 가중 감경 요인이 없다면 최저 징역 2년에서 최고 징역 5년형까지 받게 된다. 하지만 A씨와 B씨는 이 같은 금액 차이에도 불구하고 최근 열린 재판에서 동일하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형'을 받았다. 그 이유는 횡령죄 성립 조건에 있었다. 현행 형법 제355조는 횡령죄에 대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한 경우' 혹은 '타인의 재물을 반환하지 않은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횡령죄는 형법에서 정하고 있는 조건 외에도 회사 돈을 본인을 위해 사용한 혐의가 입증돼야만 성립된다. 즉 회사 돈을 마음대로 빼내 개인 채무를 갚았다면 그 금액에 대한 횡령혐의가 인정되지만 비자금을 회사 직원들의 복리후생을 위해 사용한 때는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최상열 부장판사)는 H건설사 고문 B씨에게 "비자금을 조성, 사용행위 자체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회사 경영을 위해 사용한 48억여 원에 대해서는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반면 F사 대표 A씨는 조성한 비자금을 자신을 위해 사용한 혐의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하고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A씨는 회사 직원들을 통해 회계 장부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개인 대출채무 내역을 적은 메모지를 재무팀 직원에게 건네 회사 돈으로 이자를 갚게끔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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