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기업 전략/“대륙진출 새관문 뚫어라”(홍콩차이나)

◎일­“장래낙관” 제조업 필두 공격적 마케팅/미­“광동입성 교두보 마련” 서비스망 확대/영­대중자본과 합작·제휴… “기득권 고수”「홍콩차이나」출범이후 홍콩의 외국계기업들은 생존차원에서 홍콩 자본주의체제의 전도를 예의주시하면서 새로운 사업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작년말 현재 홍콩에서 활동중인 외국기업은 4천5백여개. 지난 92년이후 해마다 3백∼4백개씩 늘어난 셈이다. 그만큼 반환 이후의 경제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들은 무엇보다 금융센터로서 홍콩이 갖고있는 매력을 쉽사리 놓칠 수 없다는 입장들이며 중국시장을 향한 새로운 관문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계기업과 외국기업간의 차별대우 가능성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일본·미국을 비롯한 주요 외국기업들의 움직임과 전략 등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일본◁ 일본의 제조업체들은 아시아시장 장악을 위해 홍콩을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사업전략을 굳혔으며 금융업체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단기물 위주로 자금을 운용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장기신용은행 홍콩지점이 지난달말 현지진출업체를 모아 마련한 간담회에서 홍콩대 노승준교수는 『일본 금융업체들이 반환직전부터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단기위주의 자금운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계 제조업체들은 아시아시장 장악을 위해 홍콩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이른바 「아시아 껴안기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금 단기운용 주력 현재 홍콩에서 활동중인 일본 기업은 2천5백40여개. 89년의 1천2백여개에 비해 두배이상 늘어났다. 이들 일본기업들은 홍콩 금융자산의 60%를 보유, 한국의 자산규모에 비해 10배나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홍콩에서 공격적인 사업전략을 펼치고 있는 일본 기업들은 반환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대체적으로 낙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편이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은 정작 반환시점을 앞두고는 내심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단기 위주의 자금 운용에 주력했다는게 단적인 예다. 여기에다 홍콩에 상장된 일본계 기업들은 등기 국적을 이중화함으로써 반환후 예상되는 자산 동결의 가능성에 대비하거나 배당금을 아예 해외로 빼돌리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를 반영, 일본 기관투자가들의 대아시아 투자 가운데 홍콩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수준까지 떨어졌다. 홍콩에서 활동중인 일본의 한 은행관계자는 『이같은 현상은 홍콩달러가 미달러에 연동되는 현행 환율시스템에 대한 불안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정부가 연동시스템이 불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환율제도 자체가 변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아울러 홍콩금융계가 부동산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의 제조업체들은 한발 더 나아가 홍콩을 거점으로 아시아시장 전체를 관리하는 다국적 생산네트워크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상해 및 장강지역을 생산기지로, 홍콩을 물류중심지로 활용한다는 중장기적인 경영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마쓰시타(송하)전기산업은 홍콩에 자금 및 부품·자재 조달거점을 설치하고 금리가 높은 중국내에서보다는 홍콩에서 저리자금을 마련, 중국사업에 투입할 방침이다. 또 경쟁력있는 중국기업을 발굴, 중국산 원부자재를 동남아시장에 내다파는 제3국간 거래를 한층 확대할 계획을 세우는 등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 도시바(동지)는 가전분야에서 중국본토 생산을 더욱 확충하고 서비스 및 후방지원거점으로서 홍콩을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며 NEC는 중장기적인 경영전략인 「매스 글로벌라이제이션」의 거점으로 홍콩을 설정해놓고 있다. ▷미국◁ 홍콩의 두번째 무역파트너인 미국은 현재 1천1백개이상의 기업들이 홍콩에서 영업중이다. 이중 법률·컨설팅·금융 등 서비스업종이 전체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기업들중 53%는 반환후 3년내에 영업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환경 신뢰높아 올초 실시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기업의 95%는 향후 5년간 홍콩의 비즈니스환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53%는 반환후 3년안에 기존 영업망을 확충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홍콩의 투자환경에 대한 미국기업들의 신뢰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주홍콩 미국상회는 반환이후 중국기업의 홍콩 진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중국시장, 특히 광동지역 진출의 전략적 요충지로서 홍콩의 역할이 크게 부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기업들은 또 반환이후 홍콩의 비즈니스환경 재편이 불가피하겠지만 단시간내에 이같은 불투명한 상황이 정리되면 경영환경은 다시 호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지에서 활동중인 미국기업들은 중국정부가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정치적 간섭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미행정부가 영국을 대신해 홍콩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영국◁ 과거 종주국이었던 영국은 최대 투자국으로서 홍콩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쟈딘 메치슨 등 일부 기업들이 반환을 앞두고 법인주소를 해외로 옮기기도 했지만 홍콩 장래에 대해서는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주홍콩 영국상공회가 지난 2월 3백4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2%의 기업들은 반환 이후 중국에 대한 접근이 훨씬 유리해질 것이며 중국과 영국간 교역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영국의 대기업들은 반환협상과정에서 중국정부와 마찰을 빚어온 점을 중시해 기존을 특권을 지키기 위해 나름대로 치밀한 생존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지속적인 사업공간을 확보하고 투자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그동안 국제화를 추진하거나 중국계기업과 합작을 추진하는 등 업종성격에 따라 차별화된 대비책을 펼쳐왔다. ○생존전략 다각마련 쟈딘 메치슨과 홍콩상해은행은 이미 지난 10년년전부터 국제화전략을 전개해왔다. 쟈딘 메치슨은 84년 본부를 싱가포르로 옮겼고 95년엔 홍콩증시에서 철수하면서 수익과 자산의 대부분을 제3국으로 분산했다. 또 국태항공,홍콩텔레콤 등 자회사의 증자과정에 중국계기업의 지분 참여를 허용, 영국기업이란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홍콩기업이란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사업을 계속 유지하려는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 외국기업들은 대체로 반환을 사업기회의 확대로 기대하면서 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향후 홍콩은 중국자본의 유입 확대와 함께 외국기업들의 자본 진출 및 거점 설치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중국계기업, 현지 화교자본, 외국기업들간에 새로운 경영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 및 업무 제휴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전망이다.<홍콩=문주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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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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