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부동산 편집증과 공직자 퇴진

정구영 <부동산부 차장>

부동산 수급에 있어 서울 강남은 절대적인 수요우위 지역이다. 주택 보급률이 낮은 탓도 있지만 이곳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이를 단순히 우수한 교육 및 주거환경만으로 돌리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사실 강남은 평균적 부(富)의 축적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다. 주로 강남에 몰려 있는 대기업의 급여와 접대비는 강남 내에서 소비되며 성공한 IT기업의 재투자 역시 강남 내에서 이뤄진다. 한마디로 강남의 성장은 강남 내에서만 확대 재생산되는 경제력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교육과 주거환경, 그리고 경제력 집중으로도 강남의 높은 집값을 설명하기에 부족한 상황이 됐다. 강남은 지금 지방의 상류계층(high class)조차 기를 쓰고 들어오려고 하는 오버클래스(over class), 즉 사회적 지위의 상징으로 변하고 있다. 요즘 강남에 사투리를 쓰는 학생이 많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강남을 바라보는, 다시 말해 부동산을 대하는 서민의 반응은 두가지로 나뉜다. 자금조달 능력이 되는 일부는 ‘재테크=부동산’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매일 부동산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거나 좋은 매물을 찾기 위해 열심히 발품을 판다. 하지만 상당수는 애꿎은 술병만 비운다. 소득 불평등은 그나마 감내하겠지만 부동산에 의한 재산 불평등은 참기 어렵다는 것. 이 같은 상황에서 들려오는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소식은 곧잘 여론재판의 형국을 만들어낸다. 최근 고위 공직자들이 줄줄이 퇴진한 것도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사회 전체가 부동산 편집증에 빠져 있는 셈이다. 물론 후유증이 크다. 특히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의 경우 안타깝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자신과 무관한 주변의 사적행위가 낙마의 이유가 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평소 자신에게 엄격하기로 소문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 장관의 퇴진을 투명사회로 가기 위한 비용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부동산을 연결고리로 한 갈등이 심해지고 이로 인해 무형(無形) 인프라 중 하나인 사회통합이 붕괴되는 상황에서 공직자에 대한 도덕성 요구는 리더십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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