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계적 컬렉터의 방은 어떤 모습일까

왼쪽 방은 유진 프린츠의 가구와 조명, 루치오 폰타나의 회화와 자코메티의 조각으로 채워졌고, 오른쪽 방은 마크 뒤 플랑티에의 가구와 조안 미첼의 자유로운 추상화로 꾸며졌다. 사진제공=국제갤러리

그림 몇 점을 소장하고 있다고 해서 누구나 미술품 컬렉터가 될 수는 없다. ‘진짜 컬렉터’는 단순한수집가를 넘어서 미술품과 격이 맞는 가구 및 디자인 오브제를 함께 배치해 조화로운 방을 꾸민다. 일상 생활 곳곳에 자신의 취향과 기호를 투영한 세계적인 컬렉터의 방은 어떤 모습일까?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아르데코 마스터피스(Art Deco Masterpieces)’전은 1920~30년대 고급 디자인가구와 거장의 작품이 어우러진 전시로, 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귀한 전시”라는 입소문과 함께 5,000원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애호가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컬렉터의 취향 엿보기=피카소의 대형 인물화가 걸린 벽면을 따라 양쪽에는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디자인한 스탠드 조명 한 쌍이 나란히 서 있다. 그림 아래로 놓인 데이베드는 마호가니 골격에 살구빛 고급 벨벳을 씌운 것으로 에밀 자크 룰만(1879~1933)의 작품이다. 의뢰자인 귀부인의 살결과 곡선미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이다. 최상의 컬렉터를 위해 최고급 가구를 만들던 아르데코 고전주의 정신이 반영됐다. 벽 쪽 책장은 룰만이 인도 왕의 부탁으로 공주 방을 꾸미기 위해 만든 30개짜리 한 세트 중 일부다. 이 중 7개는 프랑스의 명품 및 소매 기업인 PPR그룹의 프랑수아 피노 회장이 소장하고 있는데 30개 모두 어떻게 배열하더라도 나뭇결이 일치하도록 만들어졌다. 세부 디테일까지 공을 들이다 보니 가구 하나를 만드는 데 평균 500~600시간이 소요되고, 가격은 1920년대 파리의 집 한 채 값이었다고 한다. 옆방에는 루치오 폰타나의 붉은 그림이 걸려 있고 그 아래 유진 프린츠(1879~1948)의 에보니 책장이 강렬한 조화를 이룬다. 책장 전면이 V자로 꺾여있는 독특한 구조다. 디자인 그룹인 ‘도미니크’가 디자인한 8각 테이블은 상부가 부드러운 상어가죽으로 만들어졌다. 전시중인 작품이라 만질 수는 없지만 위쪽 가운데를 밀면 와인 병을 꽂을 수 있는 공간이 열린다. 테이블 네 모서리에는 재떨이가 있다. 당시 유럽 부유층인 은행장, 정치인들의 서재를 짐작할 수 있는 풍경으로, 지금도 상위 1% 부자들만 소장 가능한 것들이다. ◇미술품과 가구 디자인의 시너지효과=국내 첫 아르데코전인 이번 전시는 파슨스에서 디자인과 건축을 공부한 전시기획자 정재웅(40) 빈티지21 대표가 2년동안 기획했다. 그는 2005년 국내 첫 가구전시인 장 프루베 개인전 이후 조지 나카시마, 샬롯 페리앙 등 세계적 가구 디자이너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해왔다. 정 대표는 “세계 1차대전과 2차대전 사이인 1920~30년대 성행한 아르데코는 장 프루베ㆍ샬롯페리앙 등 단순한 기능미와 대량생산을 염두에 둔 모더니즘 계파와 이번 전시처럼 최고급 소재로 최상류 부유층의 취향에 맞춘 클래시시즘(고전주의) 계파로 나뉜다”고 소개했다. 그는 “미술품이 디자인과 함께 하면 몇 백배 이상의 시너지를 형성하므로 가구 디자인과 현대미술 흐름이 발맞춰 트렌드를 형성한다”며 “서양에서 근현대 거장과 아르데코가 나란히 놓여 컬렉터의 집을 채우듯이 한국의 경우 장욱진ㆍ이우환과 어울리는 전통가구를 함께 배치하는 식으로 응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초보 컬렉터라면 주거래 화랑에 상담을 요청하는 것이 좋지만 아트페어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고른 그림과 가격 부담이 적은 젊은 가구 디자이너의 작품을 함께 놓는 실용적인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전시는 8월15일까지. (02)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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