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의 고공 행진과 주력 수출제품의 가격 하락 등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로 무역 손실이 2분기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배당금이 줄어들면서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보여주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지난 2ㆍ4분기에 전분기보다 1.4% 증가하면서 11분기 만에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웃돌았지만, 본격적인 체감경기 호전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2006년 2ㆍ4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국민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GNI는 전분기보다 1.4% 증가해 실질 GDP 성장률(0.8%)을 넘어섰다. 실질 GNI 증가율이 실질 GDP 증가율을 웃돈 것은 지난 2003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GNI란 국민들이 일정기간 생산활동에 참여해 벌어들인 소득에다 무역손익 등을 반영한 것으로, 이것이 줄어들면 가계로 들어오는 소득이 감소해 체감경기 악화를 초래한다. 실질소득이 모처럼 경제성장률을 웃돈 배경에 대해 한은은 “외국인 투자가 등에 대한 대외배당금 지급이 줄고 민간 해외직접투자 등으로 받아온 이자소득은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실질소득이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GNI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실질무역손실은 사상 최대 수준을 이어갔다. 올 2ㆍ4분기 실질무역손실은 16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1분기와 같은 수준을 보였다.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실질무역손실은 지난 2004년 5조~7조원대에서 2005년 들어 10조~13조원으로 뛰어올랐다가 올들어 16조원대로 급증했다. 반도체 등 IT 수출가격은 계속 하락하는데 반해 원유 등 원자재 수입가격이 급등한데 따른 것이다.
무역손실이 이처럼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다 유가 급등, 수출 둔화 등으로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어 일반 국민의 체감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