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주민소환제도와 중앙정치

지난 2일 국회에서 주민소환법이 통과됐다. 본격적인 지방자치를 실시한 지 11년이 지났고 오는 31일에는 제4기 민선체제의 출범을 위한 지방선거가 실시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직접민주주의제도의 하나인 주민소환제가 도입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주민소환제도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공직자를 유권자의 뜻에 따라 임기 도중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가장 적극적인 주민참여제도이다. 이 제도가 도입된 것은 민선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비리, 지방정부 운영상의 낭비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정치이해 따라 오용 소지 많아 필자는 도입에 찬성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적지않은 걱정과 우려를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제도의 도입과정에서 나타난 중앙정치권의 입장과 일부 내용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 때문이다. 지난 16대 국회에서는 중앙정부의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주민소환제의 도입에 부정적이었는데 반해 이번 17대 국회에서는 입장이 바뀌어 국회가 주도해 법안을 제출하고 통과시킨 것은 주목할 점이다. 16대 국회에서는 민선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주민소환제의 도입을 주장했었던 반면 중앙정부의 관료들과 정치권은 정치적으로 남용될 소지가 많고 지방의 정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면서 중앙정부가 지방의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징계를 결정할 수 있는 소위 주민청구징계제도를 도입하려 했었다. 당시 국회가 주민소환제 대신 주민청구징계제도를 도입하려 했던 것은 주민소환제도가 도입될 경우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도도 도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에 주민소환법의 통과를 주도한 것은 열린우리당이었는데 한나라당은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공청회와 법률안 심의과정에 불참했고 본회의에서도 한나라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이 참석한 가운데 통과됐다. 그렇다면 왜 열린우리당은 주민소환법 통과에 적극적이었고 한나라당은 불참했을까. 아마도 곧 실시될 지방선거의 결과에 대한 예상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이번 선거에서 압승이 예상되는 한나라당은 자기당 출신 민선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자리를 위협하게 될 주민소환법 도입을 꺼려한 것이고 반면 선거결과에 대한 전망이 어두운 열린우리당은 도입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주민소환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잘 드러난다. 공청회에서 쟁점이 됐던 내용 중의 하나가 소환청구의 사유였는데 통과된 법에는 청구사유에 관한 조항이 없다. 이것은 소환청구에 필요한 수의 유권자 동의만 얻으면 어떤 이유라도 소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뜻으로 정치적 남용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공청회에서 열린우리당의 민선단체장 출신 의원들이 주민소환제도의 남용 가능성을 상당히 염려했음에도 불구하고 통과된 법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그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중앙정치권에 의해 좌우돼 왔다. 지방자치 전문가들과 단체장 및 지방의원들이 반대한 정당공천은 오히려 확대됐고 지방선거에서는 지방의 이슈가 실종되고 중앙정치권의 이슈가 지배하고 있다. 주민소환법 도입을 환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걱정하는 이유는 이 제도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오용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제도 정착위해 유권자들 나서야 성공적인 외국의 제도라 하더라도 도입할 때는 그 제도가 작동하고 있는 사회의 정치ㆍ사회ㆍ문화적 조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조건이 다르면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성공적인 정당공천제도가 우리나라에서는 각종 비리와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주민소환제도가 본래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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