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대중 당선자­경제 5단체장 대화록

◎“중기 수직지배 이젠 용납못해” 김대중 당선자/“우리가 죄인… 수출확대 최선” 최 전경련 회장김대중 대통령당선자 24일 『현재 국가가 존망의 위기에 놓인 이유는 달러부족 단 한가지』라며 『앞으로 수출에 총력을 기하고 외국자본이 국내에 투자하도록 노력을 병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당선자는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최종현 전경련 회장을 비롯 김상하대한상의회장, 구평회 무역협회장, 김창성 경총회장, 박상희 중소기협중앙회장 등 경제5단체장과 원철희 농협중앙회장을 초청, 간담회를 갖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우리 기업들은 세계적 경쟁에서 꼭 이겨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특히 『이제 권력의 부당한 간섭은 없을 것이고, 정치자금으로 기업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며, 그러나 특혜도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에 대해 독과점과 불공정거래가 문제되지 않는 한 전적인 자유를 주겠고 내가 나서서 직접 챙기겠다』고 말하고 『그러나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의 수직적 지배를 방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당선자는 정리해고문제와 관련, 『우리는 사회보장과 실업대책이 약한데다 일본식 평생직장개념에 익숙해 있어 미국식 노동유연성에는 익숙하지 못한 점을 감안, 임금동결과 감봉 등을 하겠지만 그래도 안되면 할 수 없이 감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당선자와 경제단체장들이 나눈 주요 대화내용이다. ▲김당선자=부족한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국민과 여기 오신 여러분의 지극한 지지와 후의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오늘은 경제5단체장뿐만 아니라 농협중앙회장도 함께 초청했습니다. 농사를 소홀히 생각해서는 안되며 어떤 일이 있어도 주식은 자급해야 합니다. 우선 철저한 시장경제로 운영하겠다는 점을 밝혀두겠습니다. 열심히 노력해 전세계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살 길이며 애국하는 길입니다. 둘째, 안정을 최대로 중시하겠습니다. 특히 국민들의 식생활물가를 안정시켜야 합니다. 물가가 안정돼야 기업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셋째, 과학기술입국 정책을 펴겠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좋고 싼 물건을 만들어 파는 것이 중요합니다. 2등은 소용이 없습니다. 애국인 시대는 지났습니다. 넷째,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쌍두마차처럼 공조해야 합니다. 대기업은 중화학, 중소기업은 경공업으로 역할분담해 각자 세계시장에서 성공하도록 해야 합니다. 대기업은 거대한 전차처럼 밀고나가야 하고 중소기업은 개미군단처럼 뛰어가야 합니다. 다음은 노사문제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조만간 노총관계자도 만날 것입니다. 노사는 두번째이고 국가경쟁력이 첫째입니다. 노사간에 누가 이기더라도 경쟁력이 없으면 모두 망합니다. 실업문제도 국제경쟁력의 기준에서 봐야 합니다. 양적으로 해고의 길도 있고 질적으로 해고하지않고 임금을 동결해 생산성을 높이는 길이 있습니다. 노사정 3자가 협력, 경제를 살려야 합니다. 정부가 정책을 세울 때 여러분들과 상의할 것이며 일단 정책을 세우면 일관되게 밀고나가겠습니다. 국가가 존망지추에 있다는 것이 과장된 말은 아닙니다. 정부정책에 너무 기가 막힌 점이 많습니다.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경제외교에 정성을 쏟아야 합니다. 21세기를 앞둔 역사적 변혁기입니다. ▲박태준 자민련 총재=IMF요구는 법과 행동으로 지켜나가야 합니다. 필요하면 법을 만들고 정치인들도 행동으로 보여야합니다. 노사가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협조하는 행동을 보여야 합니다. 국제금융계에서 우리가 정말 구조조정과 금융개혁을 하려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데 정부의 노력만으로도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최종현 전경련 회장=5년만에 경제인으로서 속이 시원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요즘 경제인들은 할말이 없습니다. 저희가 잘못해서 경제가 이 꼴이 났습니다. 우리는 죄인중의 죄인입니다. 그러나 나라경제를 살리려면 무엇보다 무역수지 흑자를 내는 것이 우선입니다. 흑자를 내면 IMF나 금융계 모두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기업인들은 이를 악물고 흑자를 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구평회 무역협회장=미국 금융계와 관련있는 미국친구 얘긴데 지금 우리나라는 국력을 다해 외환위기를 넘기고 수출난조를 개선해야 하며 물가를 잡고 성장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을 했습니다. 그는 또 IMF의 요구사항인 경제성장률의 경우 3%, 2·5% 운운하는데 마이너스 성장도 각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간 기업과 정부간에 대화가 없었던 것이 큰 문제였습니다. 특히 정부가 기업 얘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박상희 중소기협중앙회장=IMF관리체제로 중소기업이 더욱 어렵게 되었는데 이에 대한 지원대책이 절실합니다.<황인선 기자> ◎재계 반응/“경쟁력 강화 최우선 정책 환영” 민간경제계는 24일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와 경제단체장과의 회동과 관련, 『김당선자가 시장경제의 철저한 준수를 다짐하고 정경유착을 근절하겠다는 경제운영 기본방침을 밝힌 데 대하여 공감한다』며 환영했다. 전경련은 이날 회동 후 논평을 통해 『김당선자가 특히 당면한 경제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경쟁력강화에 최우선을 둔 정책을 펴나가겠다는 의지에 대하여 민간경제계는 이를 크게 환영하고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은 『오늘의 경제위기는 지난 수년간 모든 경제주체가 경쟁력강화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하고 서로 협조해 힘을 모으지 못한데서 비롯됐다』며 『민간경제계는 오늘과 같이 경제난국이 초래된 데 대하여 그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경제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수출증대에 박차를 가해 무역수지를 흑자로 전환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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