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해태,정상화까진 ‘산너머 산’/금융권 협조융자 배경·전망

그동안 대기업의 연쇄부도를 불러온 주범(?)으로 낙인찍혀온 종합금융사들이 해태그룹에 대해 협조융자하기로 합의,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해태그룹이 앞으로 정상화되기까지는 은행들의 협조, 자구노력의 차질없는 추진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않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종금사들이 해태그룹 협조융자를 합의하기까지 과정과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종금지원 배경/금융기관 채무상환 연장 동의서 확보 등/진전된 자구안제시에 「지원」으로 급선회 ◇경위 및 배경=지난 1일 해태그룹이 계열사에 대해 전격적으로 화의 및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여신규모가 많은 일부 종금사들이 해태를 살리자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업계 현안으로 대두됐다. 이들 종금사는 해태그룹이 화의 및 법정관리로 들어갈 경우 부실채권규모가 너무 커져 종금사도 함께 망할 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해태그룹 지원을 추진했다. 이후 3일부터 5일까지 연속 세차례에 걸친 여신담당임원회의가 소집돼 자금지원 문제를 논의했지만 번번히 무산됐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 우선 수혜대상인 해태그룹이 자금지원을 이끌어낼만한 자구계획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태는 3일 열린 첫번째 회의에서 회사 재무현황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는 등 무성의한 태도를 보여 종금사들의 분노를 샀다. 그러나 4일 개최된 회의에서 ▲매출채권 담보제공과 ▲금융기관 채무상환 연장 동의서 확보 등 일부 진전된 내용을 제시했고 이를 바탕으로 5일 회의에서는 분위기가 자금지원쪽으로 급선회했다. ◇종금사의 협조융자 사례=종금사가 부도처리된 기업에 자금을 지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LG종금 등 26개 종금사는 지난 3월 부도를 낸 교하산업에 대해 사당 1억원씩 총 26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교하산업은 재기에 성공하지 못하고 결국 1개월뒤 무너져버렸다. 교하산업 사례는 이번 해태그룹에 대한 자금지원 결정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일부 종금사들이 교하산업의 전례를 들어 해태그룹 지원에 난색을 표명하고 나섰던 것. 하지만 해태그룹은 구체적인 자구계획과 회생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무기로 결국 자금지원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지난 5일 개최된 여신담당임원회의에 박건배 그룹회장이 직접 참석, 자구계획을 설명하고 자금지원을 호소한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은행권 입장/정상화계획 구체화땐 당좌거래 긍정검토/일부은 추가지원 부정적… 재기걸림돌로 ◇당좌거래재개=해태그룹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은행권의 당좌거래가 우선 재개돼야한다. 은행권은 해태측으로부터 구체적인 정상화 계획안이 제출되면 이를 검토해 당좌거래여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금융기관 신용정보 교환 및 관리규약(22조)에는 해당 거래처와 여신거래가 있는 금융기관들이 자율합의하에 은행연합회에 적색거래처 적용을 제외해 줄 것을 신청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해태측이 종금사의 지원자금으로 해태제과 등 7개 계열사의 부도어음(4백억원규모)을 회수하면 채권은행단들이 당좌거래재개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은행연합회는 은행권의 요청이 있는 경우 10개 은행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개최, 해태에 대한 적색거래처 예외적용여부를 의결하게 된다. 은행권에서는 해태가 다시 정상화될 경우 화의나 법정관리 보다 대손충당금 적립부담이 줄어들고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받을 수 있으며 대외신인도 제고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당좌거래재개에 긍적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향후 전망=조흥 등 8개 은행은 지난달 15일 은행장회의를 열고 연말까지 1천억원의 협조융자를 실시키로 하고 1차로 10월말까지 5백47억원, 2차로 11월말까지 나머지 4백53억원을 지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은행권의 지원자금이 종금사로 회수되자 지난 1일 추가자금 지원을 전격 백지화하면서 해태그룹은 최종 부도처리됐다. 해태의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은 해태에 대한 1차 협조융자액 5백47억원을 미리 지원하고 지난달말 나머지 7개 은행으로부터 일괄 정산 받기로 했으나 일부은행은 해태가 화의에 들어가자 지금까지 정산조차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은 추가 자금지원에 긍정적인 반면 다른 은행들은 부정적인 상황이다. 이같이 협조융자에 대한 은행권간 불신의 골이 깊어 해태에 대한 추가자금지원여부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이종석·이형주 기자> ◎정기주 해태그룹 종합기획실사장/“그룹회생 자신” 『지난해에 이어 올들어서도 흑자기조를 유지하는 등 해태그룹의 영업기반은 매우 견고하다. 이번 위기만 넘기면 충분히 정상화시킬 수 있다고 자신한다』 6일 종금사 여신담당 임원회의가 열리는 종금협회를 방문, 초조한 표정으로 회의결과를 기다리던 정기주 해태그룹 종합기획실사장은 자금지원 방침이 결정되자 그룹재기의 기회를 맞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번 결정으로 종금사 지원자금 1천5백억원과 은행권 협조융자 4백53억원 등 2천억원 상당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는 그룹경영을 정상궤도로 올려 놓기에 충분한 자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지원자금에 대해 A급 어음할인금리를 적용받아 연간 7백억원 이상의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지적, 그룹회생에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앞으로의 자구노력에 대해서는 부동산매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감안, 계열사매각 등을 통해 필요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사장은 『부도난 기업에 종금사가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극히 드문 케이스』라며 『이번에 지원받는 1천5백억원을 종자돈 삼아 그룹경영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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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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