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한국미술은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 한국미술이 세계미술의 큰 흐름과 어긋나는 궤도를 밟아온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독특한 실험을 거친 것도 사실이다. 미술이 개인과 사회가 만나는 통로라는 점에서 작가 개개인의 일상적인 체험 또한 귀중하게 취급해야 할 대목이다.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성곡미술관은 「1990년대 한국미술의 쟁점-매체와 평면전」을 기획, 지난 10년간 우리 화단의 흐름을 되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바로 우리 주변에서 10년 동안 행해졌던 한국현대미술의 상황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축약해보는 뜻깊은 기획전이다.
오는 6일 오픈해 내년 1월 31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는 90년대 한국미술을 풍미했던 27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전시기획을 담당한 이원일 성곡미술관 큐레이터는 『90년대 한국미술은 특정사조나 형식의 주도없이 서구미술의 진행과 거의 동시대적 궤를 함께하는 추세를 보였다』고 전제하면서 『개인의 일상적 경험과 시각문화적 현상에 대해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기획전은 90년대 한국미술의 가장 큰 특징인 매체미술의 다양한 확산과 그에 대한 대항으로 회화성을 회복하혀는 흐름을 함께 조망하고 있다.
우선 본관에서 전시되는 「매체미술편」에서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응용한 미술작업을 망라했다.
TV와 비디오등의 영상이미지로 새로운 감수성과 소통요구의 분출을 담아낸 경우(오경화 육태진 문주 이윰), 대중문화에 주목하여 미술과 사회비판의 바람직한 연관을 연출해내는 경우(최정화 노상균 이동기)등이 있다.
또 사진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작가군(구본창 이강우 고명근)과 컴퓨터와 팩시밀리 복사기등 과학 매카니즘을 통한 새로운 시각 이미지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작가들(유관호 석영기)이 참가한다.
이어 「평면미술편」에서는 회화라는 2차원 표현영역에 대한 본질적인 개념을 복원시키는 작가들(최진욱 고낙범 강운 김정욱 정세라 박은영), 모더니즘 추상회화와는 상이한 양식으로 새로운 추상의 지평을 열어가는 경우(도윤희 홍승혜 장승택)가 포함된다. 여기에 한국적 미감을 현대적 조형어법으로 풀어가는 경향(이희중 정종미 김선두)과 서구의 포스트 모더니즘적 조형어법을 수용하면서도 한국적 특성을 살려나가는 작가들(이기봉 강성원 김남진)이 자리를 함께한다. 문의 (02)737-7650 【이용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