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 결산을 앞두고 증권가에서 구조조정 바람이 일고 있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들이 명예퇴직을 실시하거나 정규직을 대상으로 한 강제퇴직 조짐을 보이자, 증권가에선 구조조정 바람이 증권업계 전체에 불어닥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증권은 지난 달 14일부터 차장, 부장급 직원 등 총 226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해 일괄 퇴직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예상치인 100여명의 2배를 넘는 규모다.
현대증권은 명퇴자들 가운데 150명을 2년 계약의 투자상담사로 전환해주기로 함에 따라 예상보다 많은 직원들이 명퇴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명퇴자들은 근속기간 20년 이상인 경우 16개월 치 월급여를 위로금으로 지급받았으며, 부장급 직원들은 1억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월 옛 한국투자신탁 직원 16명과 옛 동원증권 직원 4명에 권고 사직 형태로 정리해고를 시도해 당사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들 권고 사직 대상자는 비조합원 신분이어서 자체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회사측에 사직을 제외하고 월정급여액을 줄이는 대신 인센티브 비율을 높이는등의 대책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증권 관계자는 "이번 인력 감축은 명퇴가 아닌 강제 정리해고 형태"라며 "권고 사직 대상자들은 20년 이상 근무한 지점장급(차.부장급)"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그러나 작년 합병 당시 노사 양측이 합의했던 교차발령 시한이 3월말로 끝나는 만큼 이달 내에 어느 정도 구조조정을 마무리짓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증권 직원 수는 작년 한투와 동원증권 합병 초 2천400명 수준에서 최근 2천300명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최근 농협에 매각된 옛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직원들도 인력 구조조정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NH투자증권 노동조합 관계자는 "농협 측에서 강제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상황이지만 마음을 놓을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이 같은 일부 증권사들의 구조조정 움직임이 업계 전체로 확산할 것을우려하고 있다.
최근 자산운용통합법 제정 등으로 일선 지점 직원들을 많이 둘 이유가 줄어들면서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들의 출현과 함께 자산관리 영업과 투자은행업무(IB)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약정업무에 주력해온 지점 직원들을 많이 둘 필요가 없어졌다"며 "더구나 온라인 거래 활성화로 지점 객장을 방문하는 개인투자자들은 거의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업체 간 합병 등에 따른 구조조정 가능성은 높아진 데다 자산관리 및 투자은행(IB)업무와 관련된 고급 인력은 확충하되 증권맨의 상징이던 영업맨은 줄이려는 분위기"라고 우려했다.
또 어차피 구조조정을 한다면 증시 호황 등으로 증권가 분위기가 좋을 때가 '낫다'는 인식도 작용하고 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최근 5년 간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못했다"며 "작년 증시 호황 등으로 증권가 분위기가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명퇴를 실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