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미 FTA로 '방송광고 독점' 깨지나

협상 본격화 땐 방송광고 시장 개방 요구 가능성<br>'KOBACO 25년 독점체제' 개혁 쟁점부상할 듯

한ㆍ미 FTA가 광고독점체제로 대표되는 국내 방송시장까지 변화시킬 수 있을까. 한국과 미국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본격 개시되면서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지난 25년간 독점하고 있는 국내 방송광고 시장도 한-미FTA의 영향을 받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 지상파 방송광고 시장은 제5공화국 출범 당시 제정된 한국방송광고공사법에 따른 KOBACO 독점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즉 기업이 방송광고를 하려면 각 방송사와 직거래를 통해 광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상파방송사에 대해 방송광고를 대행하는 KOBACO를 통해서만 광고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방송광고도 개방 예외 없다=현재 한국과 비슷한 방송광고체제를 갖고 있는 나라는 네덜란드와 프랑스, 일본 등이 꼽히고 있으나 한국처럼 단 하나의 공사가 모든 지상파방송사의 광고를 독점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구미 국가는 광고주와 방송사의 직거래에 의해 방송광고가 이뤄지고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한-미 FTA가 본격화할 경우 해묵은 KOBACO 독점체제 개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방송광고시장에 대해서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등이 지속적으로 현 KOBACO 독점체제의 개선을 요구해온 바 있어 향후 한-미 FTA 체결로 미국기업의 국내 진출이 크게 확대될 경우 개방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말까지 타결을 목표로 진행중인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서도 법률, 회계, 세무, 교육, 보건의료 등과 함께 방송광고 분야도 개방이 진행돼야 할 주요 분야로 꼽고 있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 기업의 국내 진출이 확대될 경우 당연히 광고시장 진출도 동반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이른바 ‘끼워팔기’ 등 반시장적 광고판매 행태가 만연해 있는 국내 방송광고체계에 대해 미국 기업들의 적잖은 불만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광고시장 변화, 방송시장 뒤흔드나=굳이 현 무역개방 환경이 아니더라도 그간 지상파 방송사들과 광고업계에서는 방송광고 가격현실화, 새 광고기법 도입 등의 명분으로 KOBACO가 현재 독점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광고 판매대행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법적으로도 큰 걸림돌은 없는 상황. 현행 방송법 상에는 지상파방송사가 할 수 있는 광고에 KOBACO와 함께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송광고판매대행사’가 위탁하는 방송광고물을 추가해 추가 미디어렙 신설의 길을 열어놓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시장 개방이 광고단가 인상, 시청률경쟁 가속화, 매체간 발전불균형 심화 등을 이유로 경쟁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방송광고를 비롯해 국내 광고시장의 한정된 파이가 지상파 방송사에게만 독점됨으로써 불균형이 심해지고, 지상파의 공영성과 시청자 권익 보호에도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FTA 협상과정에서 국내 방송광고시장의 개혁ㆍ개방을 요구할지 여부를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다만 최근 들어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기업 중에도 KOBACO 체제가 광고 인상률 자제 효과 등을 들어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여기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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