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 中 日 바둑영웅전] 계가바둑이 되었다

제7보(117~138)


박영훈의 바둑은 균형의 바둑이다. 그는 언제나 욕심을 내지 않고 그저 서너 집만 이기는 것을 지향한다. 폭리를 얻을 궁리를 하지 않는다. 유리하다고 해서 방심하는 일도 없고 불리하다고 낙심하지도 않는다. 언제나 즐겁게 바둑을 둔다. 치열한 승부 정신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하지만 최선의 수를 찾아내는 안목이 워낙 뛰어나고 특히 끝내기 계산이 치밀하므로 상대방을 질리게 하는 스타일이다. 서봉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장 프로다운 기사 ’이다. 3번기의 제1국을 어이없이 패한 구리는 이 판에서는 상당히 조심을 하고 있다. 백28까지로 하변의 흑진이 납작해지자 검토실에서는 박영훈이 또 역전승을 거둘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구리가 이 판마저 패한다면 아마 큰 충격을 받을 거예요.” 루이9단이 말했다. 강만우 8단이 자세히 계가를 해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백이 많이 따라붙긴 했지만 역전까지는 이르지 못했네요. 아직도 반면으로 10집쯤 흑이 앞서 있어요.” 흑37은 흑대마의 연결고리를 확실히 하겠다는 수순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완착이 되었다. 참고도의 흑1 이하 8까지를 아낌없이 결정지을 찬스였다. 박영훈은 이 바늘끝 같은 허점을 놓치지 않고 즉시 38로 달려갔다. 박영훈의 패배를 예언하고 자리를 떴던 서봉수가 다시 검토실에 들어왔다. 진행을 확인하더니 한마디 한다. “놀라운 일이군. 그 바둑을 계가를 만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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