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철도청, 대통령 방러 의식해 졸속추진"

검찰 '이 의원 유전개입 정황' 확보…허문석씨 체포 때까지 '내사중지' <br>"靑·이기명씨, 직접 관여안해"…"허씨, 주한러시아 대사관에 방러 일정 물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2일 유전의혹 사건과 관련, 철도청의 유전사업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을 석유전문가 허문석(인도네시아 도피중)씨가 체포될 때까지 내사중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청와대가 유전사업을 사전 지시하거나 기획한 것은 아닌 것으로보이며 이 의원의 후원회장인 이기명(69)씨의 개입 증거도 확보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철도청(현 철도공사)의 유전사업은 경영개선이라는 명목 아래 이 의원의직ㆍ간접적 지원을 배경으로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2004년 9월 20∼23일)에 맞춰 졸속 추진된 것으로 검찰은 결론냈다. 검찰은 이런 내용을 담은 중간수사결과를 이날 발표하고 4월 13일 감사원의 수사의뢰 이후 50일 가량 강도높게 진행된 이번 사건 수사를 사실상 매듭지었다. ◆이 의원 개입 정황 = 검찰은 이 의원이 작년 7월 7일 부동산개발회사 하이앤드의 전대월(43·구속) 대표에게 허문석(71)씨를 소개한 이후 같은해 8∼9월 허씨와여러차례에 걸쳐 정책자료집 발간차 만나 유전사업에 관해 대화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 의원의 사무실 압수수색에서 허씨가 철도청의 유전사업을 직접 거론한 문건(`비전문가로 운영되는 국영공사의 경영이 국제경제에서 뒤지는 사례' 등)이 발견된것이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또 같은해 10월 자신의 사무실을 찾은 전대월씨에게 사할린 유전사업의 진행상황을 물어보기도 했고 같은해 11월 8일 허씨와 왕영용(49) 전 철도공사 본부장과 함께 자금조달방안을 협의한 정황도 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허씨가 올 4월 인도네시아로 출국하는 바람에 이 의원의 개입 정도나 구체적 역할 등을 조사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 의원을 배임 혐의의 공범으로 사법처리하기가 곤란해 허씨를 조사해 사안이 명백해질 때까지 내사중지키로 했다. 내사중지란 수사기관이 특정 혐의에 개입된 정황이 있는 피내사자의 혐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참고인 등의 조사가 필요하나 참고인 등의 소재불명으로 조사가 불가능할 때 취하는 조치다. ◆청와대 직접 관여 안해= 검찰은 김세호 당시 철도청장의 지시에 따라 왕영용씨가 작년 8월 31일 청와대를 방문, 김경식 산업정책비서관실 행정관에게 `대통령의러시아 정상회담시 유전회사 한국 인수의 정부간 조인식 거행예정'이라는 내용이 기재된 문건을 보고한 사실을 밝혀냈다. 열흘 뒤인 9월 9일에는 전대월씨와 동향인 시민사회비서관실 최두영 행정관이전씨로부터 철도청 유전사업의 진행상황을 알아봐달라는 부탁을 받고 김 행정관에게문의하자 김 행정관이 즉석에서 왕씨에게 전화해 상황 체크를 한 정황도 파악했다. 또 비슷한 시기에 김 행정관이 철도청 서울사무소를 찾아가 유전사업을 물었고전대월씨가 부도가 나서 걱정이라는 의견 피력도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그러나 김 행정관은 왕씨의 업무보고가 대통령의 방러와 관련된 중요사안이 아닌 것으로 판단, 이현재 산업정책비서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다청와대가 유전사업에 별도 조치를 취한 사실이 없는 점 등에 비춰 청와대가 유전사업을 사전 기획하거나 지시한 것은 아닌 것으로 결론냈다. 따라서 검찰은 철도청이 대통령의 방러를 의식하고 방러일정에 맞추기 위해 사업성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고 사할린 유전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을 개연성이 큰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허문석씨가 작년 8월 10일 철도청 사무관 심모씨와 함께 주한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 참사관에게 대통령의 방러때 철도청장의 공식수행 여부를 물어보는 등 대통령의 방러를 의식한 정황을 잡아냈다. 허문석씨는 또 이광재 의원측에도 같은 요청을 했으나 이 의원측은 이를 거절했다고 주장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그러나 왕씨가 대통령 방러 일정의 공식발표 이전에 허씨에게서 정확한방러일정을 알려준 정황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는 점에 비춰 허씨가 이 의원을 포함,정치권 등으로부터 방러 일정을 들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기명씨 개입흔적 없어 = 검찰은 이 의원의 후원회장인 이기명씨의 경우 작년 7월 7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고교동창인 허씨와 함께 전대월씨를 만난 사실을 확인했으나 이기명씨가 유전사업에 개입한 증거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검찰은 또 이씨가 허씨와 작년 10월부터 올 4월 사이 73차례 통화했으며, 감사원의 허문석씨 조사 전후 시기인 올 3월 25일부터 4월 1일 사이에도 7차례 통화했고허씨가 출국한 당일(4월 4일)에도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으나 이런 사실만으로 허씨의 해외도피를 도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의 대출절차 일부 문제점 = 검찰은 우리은행의 650만달러 대출과 관련, 유전사업의 부정적인 현지실사결과를 대출금 지급조건 승인 심사자료로 이용하지 않았고 조건부 대출승인후 사정변경이 없었는데도 `실사후 지급' 조건을 해제해주는 등 일부 절차상 문제점을 찾아냈다. 검찰은 그러나 이런 문제점만으로 우리은행측에 업무상 배임 혐의를 묻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대출청탁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허문석씨가 귀국하면 은행안팎의 청탁이나 외압 등으로 대출승인 조건이 바뀌었는지 등을 조사해 배임죄 성립여부를 결론짓기로 했다. ◆사법처리 결과 및 향후 수사계획 = 검찰은 수사착수 이후 김세호 전 차관과신광순 전 철도공사 사장, 왕영용 전 본부장, 박상조(40) 전 철도교통진흥재단 본부장, 전대월씨 등 5명을 구속기소하고 허문석씨를 인터폴에 적색수배하는 한편 기소중지했다. 또 전씨에게서 정치자금 8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이 의원의 선거참모 지모씨와이 의원 보좌관 최모씨, 유전사업과 관련된 파일 삭제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철도공사 팽모 본부장, 감사원 감사자료를 빼낸 혐의를 받고 있는 최모 감사실장ㆍ고모 감사실 차장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앞으로 검찰은 작년 8월 허문석씨가 북한 건자재 채취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위법행위나 외압ㆍ청탁이 있는지에 대해 계속 수사해나가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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