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물고기」의 이창동 감독의 두번째 영화「박하사탕」은 시간을 거꾸로 올라간다. 타락한 세계의 주인공 김영호의 20년에 걸친 사연을 일곱 토막으로 나누어 시간의 역순으로 배열하는 독특한 구성을 시도했다. 70년대말부터 80년대를 거쳐 IMF시대에 이르기까지 질곡의 한국현대사의 주역도·조연도 아니면서 세월을 거치면서 타락한 김영호의 개인사가 거꾸로가는 기차에 태워져 안내된다. 각 부분의 구분을 열차의 퇴행장면이 반복적으로 보여지는데, 이는 영화 자체의 외적인 리듬으로 작용하며 서정시에서나 느낄수 있는 아련한 희열의 분위기를 준다. 주정꾼의 행패로 시작한 도입부부터 심상치 않은 이 영화는 한 남자의 20년사 여행으로 인도되면서 제목에서 주는 「박하사탕」의 달콤한 맛보다는 미봉된 역사적 상처의 기록이란 걸 알아차리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박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