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에이지 퀘이크(age-quake)

‘에이지 퀘이크(age-quakeㆍ인구지진)’라는 용어가 있다. 영국의 인구학자 폴 월리스가 고령사회의 충격을 지진에 빗대 만든 조어다. 그는 에이지 퀘이크로 인해 세계 경제는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구지진은 먼 이야기일까. 불행하게도 한국 경제는 이미 과거에 볼 수 없었던 고령화 충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김상권 한라대 교수는 단적인 예로 민간소비 침체를 꼽았다. 수명 연장에 따른 고령화에 대비, 우리 가계들은 이미 소비지출을 줄이며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실제 국내총생산(GDP)에서 가계소비 비중이 지난 80년에는 61.8%였다. 하지만 2000년에는 52.9%로 줄었고 2003년 51.6%, 2005년에는 48.8%까지 추락했다. 경기 변동에 따른 소비 침체로 치부하기에는 그 골이 너무 깊다는 것이다. 인구지진이 진행되고 있다는 징후는 비단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미 일부 지역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 경제가 최소 3%대 잠재성장률을 지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에 60세 이상 여성들이 고용시장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오는 2020년 잠재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여성, 그중에서도 고령층의 적극적 경제 활동이 수반돼야 함을 지목하기도 했다. 앞으로 에이지 퀘이크 여파는 고용ㆍ소비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걸쳐 파괴력을 더욱 키워가면서 한국 경제를 무기력증에 빠뜨릴 것이 뻔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년 연장 및 의무화, 연금 개혁 등 국민적 논의와 합의가 바탕이 된 경제정책이 선행돼야 한다. 물론 많은 시간이 소요 되는 일이다. 임기 1년여를 앞두고 참여정부는 최근 들어 군 복부기간 단축, 정년 의무화 등 수많은 화두를 던지고 있다. 현 정부에서 어느 정도 준비하면 차기 정부가 사업을 추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 왜 이 같은 중대 사안을 참여정부 출범 전에는 제기하지 못했을까. 4년간의 시간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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