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방송가 기상도] 왜 깎냐고? 시청자가 웃으니까

■ 예능 속 삭발의 의미

노홍철

통상 삭발은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웃음을 본령으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삭발도 웃음의 소구다. 예능인들은 벌칙으로 삭발을 내건다. 가벼운 게임의 결과치고는 벌칙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삭발을 선택한다. 왜? 시청자들이 환호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중순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대화가 필요해'. 개그우먼 신봉선은 김대희의 뒷머리를 깨끗이 밀어버렸다. 시청자들은 호응했고 '대화가 필요해'가 <개그콘서트>의 장수 코너로 가는 밑거름이 됐다. 김대희는 2년 후 <개그콘서트> 10주년 방송에서 앙코르 '대화가 필요해'를 연기하며 앞머리를 희생했다. 그는 결국 전체 머리를 밀어야 했다. 이후 김대희는 한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해 "단순히 웃기려 삭발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돌려 생각하면 웃기는 것은 개그맨의 본연의 임무다. 김대희는 그 임무에 충실한 것일 뿐, '오버'했다고 볼 수는 없다. "배우는 연기 투혼이고 개그맨은 그렇지 않냐"는 김대희의 항변은 몸바쳐 웃기는 개그맨들을 비교적 가볍고 쉽게 여기는 사회적 통념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 22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방송인 노홍철이 삭발을 감행했다. MBC 파업으로 <무한도전>의 정상 방송이 미뤄지는 동안 불거졌던 '삭발 논란'을 잠재우는 '한 방'이었다. 노홍철의 삭발에는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동시에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성격을 다시 한번 분명히 짚는다는 의미가 담겼다. 그의 삭발을 지켜보며 <무한도전> 멤버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노홍철의 머리카락이 잘라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MBC 관계자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삭발의 근간은 당연히 웃음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설마'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런 불확실성을 없애고 실제로 삭발을 감행하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아울러 멤버들은 결국 모든 상황을 웃음으로 마무리한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무거운 마음을 털고 노홍철의 삭발을 예능 프로그램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KBS 2TV <해피 선데이>의 '1박2일'에서 보여준 MC몽과 은지원의 삭발도 이러한 예능 프로그램의 성격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그들이 삭발을 하게 된 이유는 고작 '복불복 탁구 시합'이었다. 그만큼 MC몽과 은지원은 삭발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였고 삭발이 진행되는 내내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대화가 필요해'와 <무한도전>, '1박2일' 모두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장수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다. 프로그램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출연진도 과감히 삭발을 결심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시청자들은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을 바라보며 쾌감을 느끼게 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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