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 업체 제대로 노력했나(한·미 자동차 마찰)

◎한국특성 무시한채 「오만」한 판매전략/“브랜드만으로 팔린다” 문화행사등 고객투자 인색/리콜 미미… 수입업자 기득권박탈 직판구축도 예사「지구상에서 알려지지 않은 자동차업체 가운데 가장 큰 회사」. 지난 95년 부터 영국에 진출한 대우자동차가 내건 광고문구다. 대우는 1년간 차를 무료이용할 수 있는 테스트드라이버제를 도입했다. 독일에서는 「DAEWOO」를 발음하는 여성의 입술을 크로즈업 시킨 「입술광고」를 히트시켰다. 95년 이전 유럽내 주요나라에서 대우의 소비자인지도는 4∼5%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92%를 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승부처인 독일시장 진출을 위해 근 10년 동안 전유럽에서 치밀한 준비를 거쳤다. 또 미국시장에서는 경제성과 내구성, 안전성 등을 강조하고, 독일에서는 뛰어난 성능, 남미에서는 가격과 품질을 강조하는 등 시장특성에 맞춘 차별적인 판촉전략을 쓰고 있다. 자동차로 다른 나라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을 이렇게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고도 성공가능성이 아주 낮은게 자동차업계의 현실이다. 판매경쟁이 글로벌화돼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정부가 내린 한국자동차 시장의 규제를 들어 슈퍼301조 발동을 결정한 것은 국내에 진출한 외국업체들의 행보를 재삼 되돌아보게 한다. 미국의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업체들을 비롯 유럽 등 국내 진출한 외국업체들은 한국의 정부, 언론, 소비자들을 설득하고, 접근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유력 수입업체 대표조차도 이 질문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외제차 구입자에 대한 세무조사설, 외제차 소유자를 범죄대상으로 노리는 「막가파사건」 등으로 판매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외국업체들은 해외에서 구축된 이미지에 너무 집착했고, 한국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은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관되면서도 주목을 끄는 광고투자, 판촉이벤트, 문화활동, 서비스 등 고객만족활동을 펴는 업체는 소수에 불과하다. 가격할인이 외제차 업체들이 내놓은 최대판촉이벤트다. 그래도 안팔린다. 가격, 이미지 등 판매를 늘릴 수 있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수입차 업체 대표는 『한국의 고객은 무시되고 있다』고 고백한다. 「부실한 리콜」이 그 예. 96년 1월부터 올 5월까지 미국·캐나다에서 리콜조치가 취해진 차량 가운데 국내에 수입된 것은 84건(2만1천8백5대). 이 가운데 공식수입 9개사에서는 51건의 리콜대상 가운데 17건(33.3%), 비공식 수입업체(19개)는 1백27건 가운데 34건(26.8%)을 처리하는데 그쳤다. 『외제차 업체들은 브랜드만으로도 팔린다』는 오만도 문제다. 현대의 한 임원은 『자동차는 차 자체보다 궁극적으로 문화를 팔아야 성공한다』며 『이는 곧 장기적으로 끌고가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외제차 업체들은 조급하다. 외국업체가 시장확대의 가장 큰 무기인 직판업체를 설립한 것은 지난 95년 7월 독일 BMW가 처음이다. 포드는 지난해 5월, 크라이슬러는 지난 8월에 영업에 들어갔고, GM은 내년 2월에 들어간다. 직판(본격판매)역사는 2년에 불과하다. 2년은 초기투자단계다. 그런데도 규제 때문에 차가 안팔린다고 강변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써 시장을 닦아 놓으면 직판을 하면서 기득권을 박탈, 투자를 하지 않는다』며 『수입업체들이 생산업체를 적으로 생각하는데 국내 소비자들이 외국업체에 애정을 갖겠느냐』고 반문한다. 한진건설(스웨덴 볼보수입)은 볼보 본사의 국내 직판설로 모든 투자계획을 보류했고, 이 분야 터줏대감인 한성자동차(벤츠), 신한자동차(스웨덴 사브)도 본사의 직판 추진설로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번듯한 직영정비업체를 갖춘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국내직판을 준비하고 있는 GM코리아의 앨런 G. 페리튼 사장은 『우리는 장기관점에서 한국시장을 바라보고 있으며, GM의 세계화전략에서 한국을 매우 중요한 나라로 여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기승부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미국의 압력으로 판매가 크게 위축될게 뻔한 국내시장에서 모든 외제차 관계자들이 깊이 의미할 만한 말이다.<박원배·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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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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