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 선진국 '목표환율제' 이견 팽팽

【뉴욕=김인영 특파원】 「목표 환율제(CURRENCY TARGET ZONE)」 도입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일본 등 선진국들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프랑스는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달러와 유로·엔화 사이에 일정 변동폭(BAND)을 설정하자고 주장했고, 이에 독일과 일본이 동조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환율을 인위적으로 제한할 경우 자유로운 자금이동을 억제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오는 20일 독일 본에서 열리는 선진 7개국(G7) 회담의 최대 안건인 목표환율제는 무산될 위기에 놓여 있다. 목표환율제의 발상은 아시아 위기에서 비롯된다. 한국을 비롯, 태국·인도네시아 경제가 급격한 평가절하로 파산 위기에 몰렸고, 이는 세계 중심 통화인 달러와 엔화의 급격한 환율 변동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달러와 유로·엔 사이에 일정폭의 환율을 정해 운용하면 선진국은 물론 각 경제권역의 주변국도 안정된 환율을 운용하고, 파국을 피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제도의 제안자는 프랑스의 도미니크 스트라우스칸 재무장관이다. 그는 G7 회담에 앞서 지난 주에 이를 공식 제안했고,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G)를 설득하기 위해 18일 워싱턴을 방문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월 스트리트 저널에 낸 기고를 통해 『50년전 브레튼우즈 체제를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국제경제질서에 맞게 다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이 시라크의 방미에 찬물을 끼얹었다. 루빈은 『시장 안정은 목표환율제와 같은 장치보다 근본적인 경제정책을 통해 획득된다』고 말했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같은 생각이다. 이들의 지론은 정부 개입으로 시장을 지배할 수 없고, 설령 환율 변동 범위를 정하더라도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뉴욕 월가에서 20여년간 외환거래로 잔뼈가 굵은 루빈 장관은 경험적으로 불가능함을 역설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이 주장하는 목표환율제는 시라크 대통령이 언급했듯 1944년의 브레튼우즈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다. 이른바 「신(新) 브레튼 우즈 체제」의 설립을 말한다. 지난해말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의 제창으로 거론된 신브레튼우즈 체제의 골격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것이다. 브레튼 우즈체제는 전후 세계 경제질서의 그림을 그리면서 제안됐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을 보유한 미국이 달러 환율을 금에 고정시키고, 유럽과 일본이 달러에 환율을 고정시키는 제도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미국의 금은 고갈됐고, 미국 경제는 디플레이션에 빠졌다. 투기자들은 고정환율제 하에서도 고평가된 통화와 저평가된 통화 사이의 실질 가치 차이를 활용, 투기를 일삼았다. 71년 닉슨 행정부는 마침내 금태환제도 파기를 선언했고, 이로부터 국제환율제도는 파도에 따라 움직이는 난파선처럼 매일, 매시각 변화했다. 투기자에 의해 고정환율제가 붕괴된 것이다. 그로부터 국가라는 경제단위는 환투기꾼들에 의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비극이 발생했고, 95년 멕시코에서 97년 동아시아, 98년 러시아, 올해 브라질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목표환율제는 준고정환율제다. 환율이 변동폭의 상한 또는 하한에 이르렀을때 정부가 외환보유고를 풀거나 이자율을 변동시킴으로써 변동폭 내에서 환율을 유지해야 한다. 92년 영국 파운드화가 독일 마르크화에 대해 변동폭을 설정, 운용됐으나 잘 알려져있듯 조지 소로스의 투기로 붕괴된 전례가 있다. 신환율제도 논란은 시장 자유화냐, 정부 개입이냐 하는 철학적 차이만이 아니다. 유럽과 일본은 환율안정을 위해 미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데 비해, 미국은 세계 경제위축에도 불구, 오아시스와 같은 번영을 누리고 있다는 자만으로 가득차 있다. 과거 브레튼 우즈 체제는 미국 경제의 절대적 우위를 인정하면서 출발했으나, 달러 유출과 미국의 보유금 부족으로 붕괴됐다. 신브레튼 우즈체제 구상도 국제 유동성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미국의 양해를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은 과거의 오류를 범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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