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인 미봉책으로는 우리 기업들이 직면해 있는 절대절명의 위기를 넘길 수는 없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현지화 수준을 높여나가는 것이다.”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업계 전문가들은 한결 같이 “중국에서 위기가 닥치고 있지만,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아 적극적으로 새 시장을 개척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그저 막연하고 낙관적인 생각으로 중국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백전백패 할 수 밖에 없다”면서 “새로운 문제의식을 가지고 비즈니스 틀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중국 경영 환경이 어렵지만 적절한 대응책만 강구한다면 생각 밖의 기회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블루 오션’에서 ‘레드 오션’으로 바뀌면서 기업환경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거대시장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 6명이 제시하는 위기극복의 핵심방안을 6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소개한다.
◇중국 정책변화를 읽어라= 최근 들어 중국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수출을 통한 성장위주에서 질적인 성장과 내수와 사회조화를 중시하는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내수시장 개척, 과도한 임금인상, 노사관리 등에서 부쩍 어려움이 많아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는 경제발전 및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수록 더욱 빨라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리스크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더욱 높아질 가능성 높다는 얘기다.
황규주 중소기업진흥공단 베이징사무소장은 “중국의 정책변화에 따라 중국에서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해 사업하는 것은 이미 지나간 패러다임”이라며 “달라진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려는 능동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 소장은 또 “중국의 기업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우리 기업들에게 뜻밖의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다”면서 “무리한 성장전략 보다는 중국 리스크에 초점을 맞춰 기존 사업을 다져나가면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합법적인 사업을 해라= 중국의 경제정책이 성장일변도에서 벗어나 질적인 측면을 강조하면서 외자기업에 대한 시각도 확연하게 달라졌다. 외자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환영했던 과거와 달리 이젠 중국의 균형발전에 도움이 되는 외자에게만 선별적으로 시장진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외자유치 전략이 바뀐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외자기업에 대한 각종 특혜를 줄이고 세금포탈 등 불법적인 영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합법적인 비즈니스의 중요성이 점증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종일 KOTRA 베이징무역관장은 “중국 세무당국이 외자기업 탈세 단속 전문부서를 설치하면서까지 외국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도 세금 문제를 적당히 넘기던 과거의 관행은 이제 잊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이어 “관시(關係)를 통해 적당히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은 앞으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법에 부합하는 경영관행을 서둘러 정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새 사업거리를 발굴해라= 중국에서의 사업환경이 엄혹해 지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이 결코 낙담하거나 사업 실패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상당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한발 더 나아가 단기간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경영환경이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할 수 있는 뜻 밖의 기회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기업인들이 도전정신을 갖고 신규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당부하고 있다. 특히 중국사업방향을 비용절감 측면에서 볼 것이 아니라 시장활용 면에서 바라볼 경우 상당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이 중국에서 통할 수 있는 확실한 비교우위를 갖추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 핵심은 품질과 서비스의 고급화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중국기업들이 등한시하고 있는 물류, 금융, 프랜차이즈, 법률, 의료 등 서비스 시장에 눈을 돌리는 것도 유망하다”고 꼽았다.
지만수 대외경제연구원 베이징 사무소장은 “최근 중국정부의 외자기업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부분적인 변화일 뿐”이라면서 “일자리 창출을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로 삼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앞으로도 외자유치에 적극적인 태도를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 소장은 또 “이 같은 맥락에서 중국은 당분간 끊임없는 사업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런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뭔가 중국에서 통할 수 있는 요소를 하나라도 갖추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지속적으로 탐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시장 개척과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라= 중국시장은 넓다. 그리고 개척해야 할 시장도 아직 많다. 신시장 개척이 중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신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우선 ‘중국향(向)’ 제품이 아닌 ‘중국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 기획에서부터 개발, 생산, 판매에 이르기까지 현지완결형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소비자관점에 맞는 현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또 시장을 지역ㆍ계층ㆍ세대 등으로 세분화하고 시장타깃을 명확하게 해 가능성 있는 지역과 고객에 역량을 집중하는 차별화된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동선 주중한국대사관 상무관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는 신제품 개발 및 마케팅 전략을 어떻게 구사하는 것이 사업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중국 정서에 맞는 제품을 개발, 차별화된 마케팅을 실시하는 한편 비교적 경쟁이 적고 시장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서부지역 등으로의 시장을 개척한다면 승산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시장 포지셔닝(입지)을 재정립하라=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국제품=고급’이라는 이미지를 중국인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부가 첨단기술제품으로 공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제품은 저가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중국진출기업의 70% 가량이 중소기업인 관계로 애매한 시장 포지셔닝을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중저가 브랜드를 중가나 고가시장으로 올려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중가시장에 비해 성장한계가 많은 프리미엄 브랜드는 대중적 시장으로 하향 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박승호 삼성경제연구소 베이징사무소장은 “현재 중국시장에서 프리미엄 효과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기존 고가 브랜드는 중가로 내려 양적인 성장과 함께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또 “저가 브랜드는 중ㆍ고가로 올려 수익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면 마케팅 효과가 더욱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라= 현재 중국진출 한국기업들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인사ㆍ노무관리다. 중국의 제조업이 급성장하면서 현지 근로자들은 임금인상과 작업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파업을 벌여 우리 기업들이 애를 먹고 있다. 게다가 만성적인 구인난 때문에 필요한 인력을 적시에 확보하는 일도 어려워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사ㆍ노무관리 부문에서의 이 같은 변화를 경제성장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무리하게 예전의 관행을 고집하다가는 자칫 큰 코를 다칠 수도 있다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또 원가경쟁력을 높이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현지중심의 의사결정체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이성환 전경련 베이징사무소장은 “중요 의사결정을 본사에 의존하다 보면 다이내믹한 시장환경변화의 흐름을 놓치거나 시간지체로 낭패를 보는 일이 잦아질 수도 있다”면서 “우리 기업들이 이 같은 실책으로 시장기회를 상실하는 일이 없도록 중국실정에 맞는 관리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