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줄다리기는 지난 97년 1월 그룹명을 선경에서 SK로 바꾸면서 시작됐다. SK는 그룹을 쉽게 널리 알리기 위해 「WWW.SK.COM」 도메인을 등록하려 했으나, 이미 미국의 한 업체가 이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을 알았다. 미국의 웹개발을 하는 회사로 수십개의 도메인을 선점하고 있었고, 그중 하나가 바로 「WWW.SK.COM」이었다.SK는 할수없이 「WWW.SK.CO.KR」을 사용하면서 「.COM」도메인을 확보하기 위해 이 업체와 3년 동안 길고 긴 도전에 나섰다. SK 입장에서는 수천만원을 주고서라도 이 도메인을 사와야 할 판이었으나 미국의 회사는 실제 운영도 하지 않는 도메인을 호락호락 넘겨주지 않았다.
SK는 미국 현지 경영기획실(OCMT.INC)를 내세워 도메인을 살려고 했고 이 회사는 배짱을 부리면서 SK의 애를 태웠다. 도메인 주소가 두 자리인데다 굴지의 기업이 눈독을 드리고 있다는 점에서 「부르는 게 값」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SK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7일 『미국 현지 지사가 도메인을 무료로 넘겨받아 그룹도메인으로 사용하게 됐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댓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SK는 도메인을 무상으로 넘겨받는 대신 당초 도메인을 보유한 업체에게 그룹 영문 홈페이지 제작과 유지보수 모두를 맡길 수 밖에 없었다.
SK가 도메인을 넘겨받은 날자는 지난달 12일이고 그룹 인터넷 주소를 「WWW.SK.COM」으로 바꾼 것은 15일. SK가 그동안 「WWW.SK.COM」을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짐작이 간다.
류찬희기자CHAN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