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민의 정부 4년 성적표] 경제분야

환란탈출 성장회복불구 개혁미진 >>관련기사 국민의 정부 4년의 경제성적표는 일단 합격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당초 내걸었던 경제 개혁이 여전히 미진한 것도 사실이다. 사상 초유의 국가부도의 위기감의 끝자락에서 출범한 국민의 정부는 열악한 정치ㆍ경제환경에서 시작한다. 자민련과 연합정권이라는 정치적인 한계와 국제통화기금(IMF)에 경제주권을 내준 상태에서 정권을 잡은 것. 국고도 바닥난 상태였다. 위기상황은 오히려 국민의 정부에게 강력한 힘을 실어줬다. 개혁에 대한 반발과 고통도 외환위기라는 절대절명의 과제에서 무마시킬 수 있었다. 국민들은 힘들었지만 기꺼이 고통 분담을 자처했다. '금 모으기 운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덕분에 경제는 비슷한 시기에 외환위기를 겪었던 어느 나라보다도 빨리 회복될 수 있었다. IMF는 한국을 모범적인 위기극복 사례로 꼽고 있다. ◇ 경제성적표, 일단 합격점 각종 게이트와 비리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지만 경제성적만 놓고 보면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다. 지표가 말해준다. 외환위기의 쇼크로 98년 -6.7%까지 떨어졌던 실질경제성장률은 99년 10.9%, 2000년 8.8% 성장으로 급반등했다. 강력한 경기부양책과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호조가 경제를 되살린 원동력이었다. 2000년 하반기 이후 미국경기 후퇴의 여파로 지난해 성장률은 2.8%(잠정)로 떨어졌지만 주변국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나은 결과다. 올해는 최소한 4%대의 성장이 예상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5%대 이상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시적인 성과는 외환보유액에서 확연해진다. '금고를 열어보니 텅 비었더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말처럼 97년말 39억달러까지 떨어졌던 외환보유액은 1,052억달러를 넘어서 국민총생산의 26%수준에 달하게 됐다. 이는 세계은행이 분류하는 '외채문제가 없는 국가' 수준이다. IMF에서 지원받았던 195억달러는 당초 계획보다 3년 앞당겨 지난해 8월 전액 상환했다. 외환위기 직후 연 30%까지 치솟았던 시중금리도 연 6%대의 저금리시대로 돌아섰다. 실업률 역시 98년 6.8%에서 지난해에는 3.7%수준으로 떨어졌다. 외국인투자도 크게 늘어났다.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4년간 유입된 외국인투자자금은 520억달러로 경제개발이 본격화된 61년 이후 36년간 누적된 246억달러의 두배 수준을 기록했다. 개혁과 경제성과가 외국인들에게 인정받고 있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외국인의 한국주식 사자열풍도 같은 맥락이다. ◇ 남은 1년동안의 과제 하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다.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무려 10단계나 떨어졌던 국가신용등급을 6단계 회복한 수준(S&P사 기준)이라는 점은 이를 대변한다. 지난해말 현재 155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돼 금융권의 경쟁력은 아직도 요원한 상태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여부를 판단하러 이번주 내한하는 무디스사의 톰 버언 부사장은 여전히 후진국형인 대출관행이 재벌개혁을 가로막고 있다"며 구조조정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말로 마무리 시한을 넘긴 기업ㆍ금융ㆍ공공ㆍ노동 등 4대부문 개혁 성과도 되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당장 정부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추진한 공기업 민영화에 반발하는 공기업노조의 파업이 사회적 문제로 까지 부각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기회 있을 때 마다 강조하는 동북아 중심국가(Hub) 구상 역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동북아 경제협력체 구성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인 무역구조를 갖고 있다는 칠레와 무역자유협정(FTA) 조차 수년째 묵은 과제다. 경제주체들이 서로 양보하지도 않고 정부도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경제 현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 시급 당장의 현안도 적지 않다. 하이닉스반도체와 대우자동차, 현대투신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대기중이다. 문제는 국민의 정부 출범 초기와 같은 위기감으로 강요된 국민적 컨센서스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힘을 갖고 경제현안을 풀어나갈 수 있는 환경이 못된다는 얘기다. 개혁의 지속적인 추진을 놓고도 정부와 재계, 노동계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정치권은 당파싸움과 흠집내기 경쟁에 빠져 경제 현안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고 공무원 사회에서는 눈치보기와 복지부동, 줄서기 등 정권말기에 나타나는 고질적인 병폐도 나타나는 조짐이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연구위원은 "정치권이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정책당국이 보다 자신감을 갖고 개혁을 마무리해야만 지난 4년간의 성과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경제 현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도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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