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의 관심 “한국”/김인영 뉴욕특파원(기자의 눈)

지난해 12월5일의 일이다. 앨런 그린스펀 미련준리(FRB) 의장이 한 저녁 모임에 참석, 미국 증시가 과열됐다고 한마디했다. 그러자 다음날 동경증시를 시작으로, 홍콩·유럽을 거쳐 뉴욕증시가 폭락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날 한국의 주가만은 유독 상승했다.그때 뉴욕에 나와있는 한 증권회사 간부는 이렇게 자랑을 했다. 『한국은 섬이나 다름없습니다. 증시가 개방되지 않아 국제적인 돈의 흐름이 한국에서 막혀있지요.』 그로부터 1년이 채 못된 지금, 한국 금융시장은 국제흐름에 함께 휩쓸려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뉴욕 증시가 폭락한 「암흑의 월요일」이후부터 한국 증시도 세계 증시의 추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주부터는 오히려 한국 경제에 관한 뉴스가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한국에 관한 루머가 지난 7일 뉴욕 다우존스 공업지수를 1백 포인트 떨어뜨리는데 일조를 했고 브라질의 주가 폭락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10일 원화 환율이 1천원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전해지자 아시아국가의 증시와 외환시장이 크게 동요한 것도 마찬가지다. 한국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이 한국내에서보다 국제시장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외국 언론의 오보를 아무리 해명해도 국제 펀드매니저들은 태국에서 시작된 아시아의 위기가 홍콩을 거쳐 곧 한국경제를 크게 흔들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한국의 외환사정이 빡빡하고 한국 은행들의 부실대출이 한계에 다다른 것은 사실이 아니냐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한국 정부가 해명할 수 없는 또다른 사실을 미국의 투자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그것은 한국의 외환부족과 은행부실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정권교체기를 맞아 한국 정부의 정책을 신뢰할수 없다는 분석기사다. 지난해말 한국 증시를 섬으로 보았던 증권사 간부는 요즘, 그 논리를 버렸다. 대신 『앞으로 한달내에 우리경제가 바닥에 가라앉을까 국제 금융시장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그사이에 정치인들은 나라야 어떻게 됐든 정권 잡기에 혈안이고 정부는 나몰라라 하니…』하며 한숨을 푹푹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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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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