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8일 오전 청와대에서 경제부처 장관들이 배석한 가운데 경제특별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 경제운영 기조와 개혁방향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면서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협력을 당부했다.
다음은 金대통령과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
-우리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내년에는 그동안의 구조조정 효과와 경쟁력이 되살아나고 내수진작책의 영향이 나타날 것입니다. 10월부터 금융조정이 끝나 은행들이 우량은행, 이른바 「클린 뱅크」로 전환되면 은행이 제기능을 다해 대출이 순조롭게 되고 자금경색이 완화될 것입니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총력 지원하고 중소기업들도 금년에 쓰러지지 않고 위기를 극복하면 활기를 찾을 것으로 봅니다. 5대 기업을 포함한 재벌기업의 구조조정이 연말까지 완료돼 국제경쟁력이 있는 기업만 남고 나머지는 정리되면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미국 금리가 인하될 조짐이 있고 엔화가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여건이 좋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여야간 대치정국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정상화되고 사정(司正)정국은 언제쯤 마무리될 것으로 보신지요.
부정부패의 만연이 해결되지 않으면 민주주의와 경제회생이 있을 수 없습니다. 누가 미워서 사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세를 징수하는 조세권을 이용, 선거자금을 거두는 것은 놀랍고 엄청난 일입니다. 이것을 그대로 둘 경우 나라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사정과 관련, 검찰에 「공정무사하게 수사하라」, 「필요없이 희생자를 내서는 안된다」는 두가지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나머지는 검찰에 맡겨놓고 있습니다. 검찰도 내가 알기로는 사정을 오래끌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국제통화기금(IMF) 프로그램을 대폭 수정할 용의가 있습니까.
IMF와는 매분기마다 협의하고 있습니다. IMF도 재정적자나 통화량 확대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으며 금리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경제정책과 의견차이는 없습니다. IMF의 한국프로그램이 잘못됐다는 것은 지난해 3월 한국에서 금융위기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잘못됐다는 얘기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2의 환란 가능성은 없는지, 있다면 대비책은.
제2의 환란 가능성은 없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약했다면 최근 일본, 동남아, 러시아 사태의 영향을 받아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것입니다. 단기외채비율이 작년말 44.3%에서 지금은 25.3%로 절반정도 낮아졌습니다.
-홍콩에 이어 한국이 외환투기꾼의 다음 공격대상이란 말이 나오면서 외환거래세 부과 등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구상은.
작년에 외환거래를 제한하거나 조작해 대항하려다 100억달러의 외화만 낭비하고 (외환위기는) 막지 못했습니다. 투기를 막는 최선의 길은 경제정책을 견실하고 흔들림없이 추진함으로써 국제신인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추가 경기부양책이 있습니까.
최선의 길은 구조조정을 신속하고 착실히 하는 것입니다. 금융구조조정이 끝나면 통화가 신축적으로 운영되고 금리도 내려갈 것입니다. 금리가 1% 내려가면 기업은 8조원의 덕을 봅니다. 주택경기 부양도 경제활성화에 효과가 있습니다. 10조원을 늘려 4조원은 주택경기 부양에, 6조원은 자동차·전자제품 등 내구재 구입자금으로 풀 계획입니다. 재정적자도 국내총생산(GDP)의 5%인 20조원까지 늘리기로 IMF와 합의했습니다. 앞으로 경기가 풀리면 풀렸지 위축되지 않을 것입니다.
-분위기 일신을 위해 경제팀을 교체하고, 경제부총리제를 부활할 용의는.
현 경제팀이 초기에는 혼선이 있었지만 이제는 잘 협조하며 해나가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타개와 4대 개혁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고 금리도 하향안정되고 있는 등 잘 하고 있습니다. 부총리제는 과거에 폐단이 많았던 만큼 현행 제도를 바꿀 생각이 없습니다.
대기업들이 5대 개혁을 약속해 4가지 개혁(기업투명성 확보, 상호지급보증 금지, 기업재무구조 건실화, 대주주 등의 책임강화)을 끝내고 한가지 개혁(선단식경영 시정)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전국민과 세계가 마지막 개혁이 알맹이 있게 제대로 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금융구조조정을 이달말까지 마무리하겠다고 했습니다만 불과 사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신용·금융경색과 금융노련 파업에 대한 견해는.
경제구조개혁의 초점은 금융구조조정입니다. 금융구조조정이 이뤄져야 기업도 살 수 있고, 경제도 살 수 있습니다.
(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 금융정상화를 위해 당초 계획과 달리 인력부분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할 경우 수정을 받아들일 계획입니다. 은행도 장사하는 기업이므로 적자를 내고는 살 수 없습니다. 특히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은행의 정상화를 지원하는 만큼 흑자경영을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전제돼야 합니다.
-기존 실업대책을 보완하고 추가할 계획은 있습니까. 또 앞으로의 실업전망은 어떻습니까.
지금도 3D업종은 일자리가 있는데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업자들이 눈을 낮추면 10만명 정도는 일자리를 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경제회복이 된다고 해서 실업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럽은 경제가 잘 되지만 실업률이 우리보다 높습니다. 2차산업보다는 3차산업, 서비스산업 문화예술 영상산업 벤처기업 등의 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노사분규 문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기준과 대책은 무엇입니까.
기업을 살리고 나서 노사가 있습니다. 정부는 기업을 살려나가는 과정에서 고통은 물론 성과도 분담하는 신노사문화를 정착시켜 나갈 것입니다. 현대자동차 노사분규시 정리해고의 원칙과 불법파업 불용원칙을 세웠다고 봅니다. 정부와 여당이 조금 과잉개입했지만 기업을 살린다는 원칙은 이행됐다고 봅니다. 만도기계의 경우 타협할 여지가 없어 공권력이 투입됐습니다.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농어촌 부채탕감 대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축산·원예정책자금 5,700억원의 상환을 연기하는 등 대책을 마련중입니다. 농가소득을 증대시키는데 농업정책의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 예산 물류비용을 6.5%에서 15%로 늘렸고 2~3년내로 30%로 확대할 것입니다.
-과잉투자에 대한 해결방안은.
설비과잉 문제는 구조조정의 원칙에 따라 해결해나갈 것입니다. 기업들이 국제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얼마나 설비를 줄여야 하는지, 남는 설비를 얼마나 수출해야 하는지 기업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검토해 나갈 것입니다.
-내달 일본 방문때 아시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일본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경제분야에서 새로운 한·일 협력관계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본이 추진하는 금융구조개혁, 경기회복 등 두 가지 과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일본이 아시아 경제회복의 중추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수입선 다변화정책도 머지 않아 종결시킬 생각입니다. 아시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양국 파트너십이 이뤄져야 합니다.【김준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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